HD현대, 'CO2 괴물' 크루즈선 연료전지 개발 착수
HD한국조선해양·HD하이드로젠, 유럽 파트너들과 공동 개발 협약 크루즈 선박, 자동차 8만4000배 CO₂ 배출 “SOFC 기술로 탄소배출 저감·운항효율 동시 달성”
HD현대가 탈탄소 시대를 겨냥해 차세대 친환경 크루즈선 기술 개발에 본격 나섰다.
HD현대는 최근 유럽 주요 파트너들과 손잡고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시스템을 크루즈선에 적용하는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크루즈 선박은 일반적으로 대기 오염도가 높은 중유를 연료로 사용해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미세먼지(PM), 이산화탄소(CO₂) 등을 다량으로 배출한다. 크루즈 선박의 경우 6000명 승선을 기준으로 하루 자동차 8만4000대 수준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승객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자동차의 14배에 달한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유럽연구센터, HD하이드로젠 등은 노르웨이 선급(DNV), 독일 대표 크루즈 선사 투이 크루즈(TUI Cruises)와 함께 ‘SOFC 시스템의 크루즈선 적용을 위한 공동개발 프로젝트(JDP)’에 착수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인 SOFC는 천연가스나 암모니아에서 생성한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고효율 연료전지 기술이다. 연소 과정 없이 전기를 만들어 탄소 및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고, 기존 발전용 엔진보다 효율이 높아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소음과 진동이 적고 발전 효율이 뛰어나 전력 소모가 큰 크루즈선에 최적화된 발전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HD현대는 친환경 규제가 엄격하고 크루즈선 수요가 높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이 기술을 집중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SOFC 시장 규모는 청정 에너지 수요와 투자 증가로 2030년까지 연평균 40.7% 성장해 약 71억 2400만달러(약 9조 81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8개월간 안전설계 기준 확립··· 탄소포집 기술도 개발
HD한국조선해양과 HD유럽연구센터는 첫 단계로 올해 6월부터 내년 2월까지 약 8개월간 SOFC 시스템을 실제 크루즈선에 적용하기 위한 안전 설계 기준 등을 확립한다. HD하이드로젠은 자체 개발한 SOFC 시스템의 주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운항 환경에서의 성능을 분석할 예정이다.
600~1000℃ 고온에서 작동하는 SOFC의 특성을 활용한 폐열 회수·재활용 기술도 개발한다.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SOFC 시스템에서 일부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솔루션 개발에도 나선다.
DNV는 설계 초기 단계부터 선급 인증 기준에 부합하는 구조적 안전성과 규제 적합성을 확보하고, 투이 크루즈는 SOFC 시스템 적용 가능한 크루즈선 데이터와 실제 선박 적용을 위한 설치 요건, 운항 요구사항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아울러 HD현대는 지난해 HD하이드로젠을 설립하고 수소연료전지 시장에 본격 진출해 SOFC 시스템의 다양한 선박 적용을 위해 여러 국제 선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국제 공동개발 프로젝트는 HD현대의 세계 최고 탈탄소 선박 기술을 유럽 현지에서 증명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저탄소, 고효율 연료전지 기술로 바다의 탈탄소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