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방공망 붕괴 목격한 K-방산 "글로벌 도약 발판 마련하자"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충돌··· 방공망 시스템 허점 드러나 KAI, 고정익부터 AI·우주까지 협력 범위 확대 LIG넥스원, 첨단 시뮬레이션 기술로 탄도탄 위협 대비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 과정에서 드러난 기존 방공시스템의 한계가 한국 방위산업에는 오히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에서 포화공격에 무력했던 기존 방공망의 취약점이 노출되면서, 북한 위협에 직면한 한국은 물론 글로벌 방산시장 전체에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LIG넥스원이 각각 글로벌 협력 확대와 핵심기술 내재화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K-방산의 위상 제고에 나섰다. 2027년 세계 4대 방산수출국 진입이라는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KAI는 방공망 체계와 연계한 무인기·전투기 플랫폼 개발을 본격화하며 국내외 안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LIG넥스원도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작전 시스템과 첨단 유도무기, 통합 방공 솔루션 등 혁신 기술을 무기로 미국, 이스라엘 등 방산 강국과의 협력 네트워크 확장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 방산이 세계 4대 방산수출국 진입을 목표로 미래 전장 대응 체계 구축에 본격 나서고 있다. KAI는 록히드마틴과의 전략적 협력 확대로 ‘글로벌 외연화’를 추진하고, LIG넥스원은 334억원 규모의 탄도탄 시뮬레이션 체계 개발을 통해 ‘기술 내재화’ 전략을 선도한다. 두 기업의 투트랙 전략은 한국 방이 단순 수출 증대를 넘어 미래 전장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의 방산은 2020~2024년간 폴란드 의존도가 46%에 달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방산 수출액이 95억달러(약 13조원)로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침체는 오히려 한국 방산이 더욱 견고한 기술적 기반과 다변화된 시장 접근 전략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KAI·록히드마틴, 30년 협력 새 차원으로 확장
KAI는 록히드마틴과의 전략적 협력을 미래 국방·항공우주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양사가 올해 파리 국제 에어쇼에서 체결한 전략적 협력분야 확장 양해각서(MOU)는 30년간 지속된 협력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1990년대 F-16 면허생산에서 시작해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 공동개발로 이어진 협력은 이제 회전익 항공기, 유·무인 복합체계, 무인기, 인공지능 기반 자율체계, 우주, 훈련체계, 유지·보수·정비(MRO) 등 첨단 신기술 분야로 확장됐다.
특히 미국 해군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UJTS)을 통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 마케팅을 본격화한다.
프랭크 세인트 존 록히드마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KAI와의 협력 확대는 미국 동맹국들과 함께 글로벌 안보를 강화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며, 이번 MOU는 양국의 역량 강화와 경제적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조업 약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는 한국 방산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강구영 KAI 사장은 “이번 협력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며, 록히드마틴과 항공우주산업 전 분야에서 기술 발전과 역량 확장을 기대한다”고 했다.
LIG넥스원, 가상 전장 시뮬레이션으로 방공 역량 혁신
LIG넥스원은 방위사업청과 ‘탄도탄 작전 모의모델 체계개발사업’을 체결했다. 오는 2028년까지 334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핵심은 첨단 모델링·시뮬레이션(M&S) 기술로 실전과 동일한 가상 전장을 구현하는 것이다.
급격히 고도화되는 탄도탄 위협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이 시스템은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요격 훈련을 통해 실제 전장과의 격차를 최소화한다. 특히 급변하는 미래 전장에서 지휘관의 결단력과 전투지휘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LIG넥스원은 중거리·중고도 요격체계 ‘천궁II(M-SAM-II)’와 장거리·고고도 요격 능력의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사업을 추진한다. 여기에 C4I 분석모델과 해군 교전급 분석모델 등 다양한 M&S 체계 개발로 축적한 기술력을 총집약해 다양한 유형의 탄도탄 및 방공체계에 대한 정밀 고해상도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1990년대부터 예견된 21세기 군사훈련의 시뮬레이션 대체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실제 장비나 무기를 동원하지 않고도 동일한 훈련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훈련 비용을 크게 절감하면서도 반복 수행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혁신적 변화를 의미한다.
“외연화·내재화 시너지로 상호 보완적 전략”
KAI의 글로벌 협력 외연화와 LIG넥스원의 시뮬레이션 기술 내재화는 한국 방의 양축을 강화하는 상호 보완적 전략이다. 국방혁신 4.0 시대에 요구되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과 첨단과학기술 기반 군구조 발전 목표와 완벽하게 부합한다.
정부는 AI, 반도체, 로봇, 드론 등 차세대 방산 소부장 핵심기술 자립화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민군기술협력사업을 통해 1134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방산이 단순한 무기 제조업을 넘어 첨단 기술 집약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이 직면한 인구 감소와 병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무인화 기술 개발과 글로벌 기술협력 확대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한다.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수출국 진입이라는 정부 목표 달성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AI와 LIG넥스원의 투트랙 전략이 한국 방 생태계 전반의 고도화를 촉진하고, 글로벌 무기 수출 9위국에서 4위권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