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충돌에 국제유가 '급등'… 정유·석화업계 긴장 고조
호르무즈 봉쇄 현실화되면 유가 150달러 이상 경고 글로벌 수요 위축 상황서 원가 급등… 업계 긴장 심화
이스라엘과 이란이 분쟁이 심화되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 위협에 노출되며 원유 생산과 수송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15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3일(현지 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26% 오른 배럴당 72.98달러에 마감하며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8월물도 7.02% 급등한 74.23달러를 나타냈다.
OPEC+의 증산 정책으로 60달러대까지 하락했던 유가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두 국가 모두 상대국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타격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 가능성을 시사하자 전문가들은 전쟁이 확산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흐름과 공급망에 심각한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다.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석유 수송의 생명선이다. 실제 봉쇄가 이뤄질 경우 석유가격은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란이 해협을 실제로 봉쇄할 경우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고,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네덜란드 ING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연말까지 150달러 돌파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란 역시 원유 수출의 상당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하는 만큼 전면 봉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유업계 "갈등 장기화 되면 불리"… 석유화학은 '이중고'
국제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정유사에 유리할 수 있다.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어 수익이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쟁이 장기화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가 급등은 정제유 가격 상승을 동반하며 소비자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정제마진 악화로 연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수요 심리가 약한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오르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라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유가 흐름이 바뀔 수 있다. 이번 갈등 양상을 두고 앞으로 빠른 시일 내 휴전이 이뤄질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타격은 더 크다.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데, 유가 상승은 나프타 가격 인상으로 직결된다.
이미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다만 원유 가격 변동 등 즉시 반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영향은 제한적이겠으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가 가장 핵심"이라며 "실제로 이를 봉쇄한 경우는 아직 없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심각한 공급 차질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