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국내 최초 풍력추진 ‘윙세일’ 기술 개발··· "탄소중립 앞당길 게임 체인저"
효율 획기적 높인 풍력추진 시스템··· 해운업계 판도 바꾼다 “항공역학 기반 혁신 기술로 차별화 경쟁력 확보”
HD현대가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개발한 윙세일(Wing Sail) 기술이 글로벌 해운업계의 친환경 전환을 이끌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으며,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 주도권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HD한국조선해양은 17일 경남 창원에서 친환경 선박용 윙세일 'Hi-WING' 시제품을 공개했다고 발표했다. 올 하반기 실선 테스트를 통해 기술 검증을 마치고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에어포일 구조로 기존 기술 뛰어넘어
HD현대의 윙세일은 항공기 날개와 동일한 에어포일 구조를 적용해 기존 풍력 추진 기술과 확연한 차별화를 꾀했다. 높이 30m, 폭 10m 규모의 대형 장치로 바람에 따른 양력을 극대화하며, 주 날개 양측에 배치된 보조 날개가 추진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핵심 경쟁력은 기상 악화 시 날개를 접을 수 있는 '틸팅(Tilting)' 기능에 있다. 운하나 다리 통과 시 높이 제약으로 인한 운항 차질을 원천 차단하는 혁신 기술이다. 여기에 바람의 방향과 강도를 실시간 감지해 최적 각도로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 제어 시스템까지 탑재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로터세일(Rotor Sail) 방식과 비교하면 장점이 뚜렷하다. 고정형 구조로 양력을 발생시켜 회전 에너지 소모가 전혀 없고, 소음과 진동 발생도 최소화했다. 다양한 풍향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운항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연평균 15.6% 성장하는 블루오션 시장
글로벌 선박 보조 풍력 추진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4년 15억달러(약 2조419억원) 규모에서 2033년 42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6~2033년 연평균 성장률이 15.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풍력 보조 추진 시장은 2023~2031년 예측 기간 중 연평균 82.7%라는 폭발적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풍력선박협회(IWSA)는 연초 140만재화중량톤수(DWT)였던 풍력추진선 선복량이 2024년 말 최대 300만DWT, 약 50척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IMO가 2023년 7월 '2050년 국제해운 탄소중립' 목표를 공식 채택하고, 2027년부터 5000톤 이상 국제항해 선박에 강화된 온실가스 집약도 기준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시장 성장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영국 교통부는 글로벌 풍력 추진 기술 시장이 2050년 3조5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적 한계 극복이 상용화 관건
하지만 기술적 한계 극복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 과제로 남아있다. 풍력 보조 추진 기술의 최대 난제는 바람의 불규칙성과 예측 불가능성이다. 대양을 운항하는 선박 특성상 해역마다 풍속과 풍향이 제각각이어서 일관된 효율성 확보가 쉽지 않다.
HD현대를 포함한 국내 조선업계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다중 요소 적용을 통한 안정적 양력 발생과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운항 시스템 도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상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풍질이 유리한 해역을 선택하는 최적 운항경로 시스템 개발이 핵심 전략이다.
민관 협력의 모범 사례로 평가
HD현대의 윙세일 개발은 민관 협력의 성공 모델로도 주목받는다.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정책 지원, HMM과 한국선급 등의 기술 협력, 부산시 혁신특구 지원사업 참여 기업들의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산업 생태계 구축 사례를 제시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육상 실증 성공과 하반기 예정된 실선 실증을 통해 윙세일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설 것"이라며 "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지속 강화해 관련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HD현대의 윙세일 기술은 현재 MR급 탱커를 시작으로 다양한 선종으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수소, 암모니아 등 대체 연료 기반 친환경 선박 기술과 시너지를 발휘해 더욱 강력한 탄소 저감 효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