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투자가 돈 번다”··· ESG 평가 상위 기업, 코스피 수익률 4배
서스틴베스트 실증분석 결과 “착한 투자가 돈 번다” 입증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 연 8.82% 수익률 네이버·KT·안랩, 2024년 ESG 평가 AA 등급 ‘윤리’서 ‘수익’으로··· “ESG 투자, 중소형주까지 잡았다”
국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가 단순한 '윤리적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성을 입증하며 투자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ESG 평가 상위 등급 기업에 투자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이 최근 5년간 연평균 8.82%의 수익률을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98%)의 4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성 관리 측면에서도 우수성을 보여 ESG 투자가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임이 입증됐다.
포지티브 스크리닝, 코스피 4배 수익률 기록
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가 10일 발표한 'ESG 스크리닝 전략의 실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ESG 평가에서 상위 등급(AA, A)을 받은 코스피 종목만을 선별해 동일가중 방식으로 투자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이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 전략은 최근 5년간 연평균 8.8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1.98%의 4배가 넘는 수치다. ESG 하위 등급(D, E) 기업을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도 연평균 6.32%의 수익률을 보여 코스피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기존 ESG 지수들과 비교해도 월등한 성과를 보였다. KRX 코스피200 ESG 지수의 연간 수익률 4.29%보다 포지티브 스크리닝이 최소 4%포인트(P) 높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동일가중' 투자방식의 적용이다. 기존의 시가총액 비중 투자와 달리 선별된 모든 종목에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함으로써 대형주 쏠림을 피하고 ESG 성과가 우수한 중소형주의 비중을 늘릴 수 있었다.
최보경 서스틴베스트 선임연구원은 "동일가중 ESG 스크리닝 전략이 ESG 성과를 고려하는 동시에 중소형주 노출을 확대함으로써 수익률 상승과 장기적 하방리스크 축소를 동시에 이룰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변동성 관리도 우수, 하방편차 가장 낮아
ESG 투자전략은 높은 수익률뿐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우수성을 입증했다.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 기간에서 가장 낮은 하방편차를 기록해 시장 하락기에도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기와 같은 시장 불안기에도 하락폭이 가장 작았으며,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 역시 시장 평균보다 낮은 변동성을 보여 ESG 하위 등급 종목을 제외하는 것만으로도 리스크 관리에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ESG 우수기업들이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네이버·KT·안랩 등 AA등급 기업들 두각
서스틴베스트의 2024년 ESG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를 받은 기업들을 살펴보면 대형 그룹에서는 네이버, KT, 현대홈쇼핑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네이버는 2024년 하반기 ESG 우수기업 1위에 선정되며 기술 기반 ESG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2040년 카본 네거티브 달성을 목표로 한 구체적 환경 전략과 함께 안전한 인터넷 생태계 조성, 개인정보보호 등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이행하고 있다.
KT는 'AICT 컴퍼니(AICT Company)' 전략을 바탕으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설정했다. 국내 통신업계 최초로 공급망 전체(Scope 3) 온실가스 관리까지 확대하며, 난청 아동 지원, 디지털 격차 해소 등 포용사회 실현에도 힘쓰고 있다.
중소 그룹에서는 안랩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4년 연속 'AA' 등급을 받으며 중소 그룹의 ESG 경영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환경 정보와 지배구조 보고서의 자발적 공개, ISO27001 등 정보보호 인증 구축을 통해 ESG 리스크를 적극 관리하고 있다.
동일고무벨트, 대양전기공업, 포스코엠텍 등도 제한된 자원 내에서 효과적인 ESG 경영을 실천하며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른 단계적 준비를 진행 중이다.
업종별 차별화된 ESG 전략 성과로 이어져
업종별로도 ESG 경영의 접근법과 강점 영역이 다르게 나타났다. IT·반도체 업종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2050년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친환경 기술혁신 등 환경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업에서는 내부통제, 사회적 책임, 정보공시 투명성이 주요 평가 요소로 작용하며 KB금융, 신한금융지주 등이 ESG 관련 금융상품 개발과 지배구조 개선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조·유통업에서는 제품 환경성 개선, 공급망 ESG 관리, 상생협력 조직 운영 등이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각 업종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ESG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SG 투자 본격 확산 예상"
이번 실증분석 결과는 ESG 투자가 더 이상 '착한 투자'의 범주를 넘어 실질적인 투자 성과를 창출하는 전략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동일가중 포지티브 스크리닝 방식은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투자 전략으로 입증됐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SG 성과가 실제 투자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명확히 입증된 만큼 앞으로 ESG 우수기업에 대한 투자 관심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 트렌드 역시 ESG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ESG 투자가 주류로 자리 잡았으며, 국내에서도 이번 실증분석을 통해 ESG 투자의 실효성이 입증되면서 본격적인 확산이 예상된다.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투자 성과를 보이는 것은 지속가능한 경영이 단순한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