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32% 증가 대비해야"… 에너지 공급망 재편 '산관학' 협력 시급

AI·반도체 산업 확산··· 2038년 전력 수요 129.3GW 전망 HVDC 활용한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이 핵심 해법으로 부상 정부·지자체·기업 간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이 성공 관건

2025-06-11     임호동 기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비해 초고압직류케이블(HVDC) 기반의 에너지 공급망 재편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인공지능생성 이미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비해 초고압직류케이블(HVDC) 기반의 에너지 공급망 재편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전력 인프라 기자재 생산업체 간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성공의 핵심 요소로 지적됐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급한 전력망 확충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에서 전력 전문가들은 국내 전력망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2038년 전력수요 32% 급증… "원전 22기 규모"

김형근 한국전력공사 신송전개발처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AI 산업 확산과 반도체 산업 강화로 국내 최대전력수요가 2023년 98.3GW에서 2038년 129.3GW로 약 3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22기에 해당하는 신규 전력공급이 필요한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비중도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는 2023년 30.0GW에서 2038년 117.9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전력망은 화석에너지 중심으로 구축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망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역 간 전력수급 불균형도 심각하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전체 전력수요의 40%를 차지하지만 발전량은 60%에 불과해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

주민 반발로 지연되는 송전망 건설

전력망 확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다. 2015년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19년 준공 예정이었던 500kV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사업은 주민 반발로 2023년에야 착공에 들어갔다.

김 처장은 "지역주민들의 재산권·환경권에 대한 권리의식 향상으로 수용성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과학적 데이터와 근거를 제시해도 주민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HVDC 기반 '에너지 고속도로'가 해법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HVDC를 활용한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이 주목받고 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서남해권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해저나 지중 설치 가능한 HVDC로 수도권에 송전하는 사업이다.

HVDC는 교류 송전 대비 장거리 송전효율이 높고 전력제어 및 비동기 계통연계에 유리하다. 송전손실 감소, 안정적 송전, 고압송전의 경제성 확보 등이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해저나 지중 설치로 주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2031년까지 새만금-서화성 구간(2GW급), 2036년까지 신해남-당진화력 구간, 2038년까지 신해남-서인천·새만금-영흥화력 구간 등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급한 전력망 확충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 /사진=임호동 기자

산관학 협력체계 구축이 관건

김 처장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가 계획대로 추진되려면 정부·한전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지역주민 설득과 협조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HVDC 등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자재 기업들의 참여와 맞춤 공급, 정부의 기자재 업체 기술개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해저 HVDC 상용화 업체인 LS전선은 서해안 HVDC 에너지고속도로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 LS전선 관계자는 "해저 HVDC 생산은 물론 설계·시공·보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서해안 고속도로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 기자재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공급망 재편은 글로벌 트렌드로 해외 시장 수요도 높은 상황"이라며 "대부분 업계가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어 국내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여야를 막론한 모든 대선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의 에너지 공급망 재편 의지는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