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아파트 '제로에너지 설계' 의무화… 기술 개발 숨가쁜 건설사
민간 건축물 및 공동주택 제로에너지 5등급 적용 원가 상승 불가피… 기벙,친환경 기술 개발로 대응 부심
정부가 이달 말부터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설계 인증을 의무화하면서 건설업계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는 조치지만, 공사비 상승과 분양가 인상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부터 연면적 1000㎡ 이상 민간 건축물과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ZEB 5등급 설계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ZEB는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제로(0)'에 가깝게 만든 건축물로, 에너지 자립률이 100% 이상인 경우 1등급이며, 아파트 인증 기준인 5등급은 20~40% 에너지를 자체 조달해야 한다.
정부는 건설경기 침체 등에 따른 업계 우려를 수용해 제도 시행을 1년 6개월 미뤘다. 그러나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비중이 큰 민간 공동주택에 대한 에너지 규제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산업은 자재 생산부터 해체에 이르기까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산업이다. 국토부는 ZEB 확대 적용을 통해 건축물 냉난방·조명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건축문화 확산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84㎡ 기준 공사비가 약 130만원 증가하지만, 연간 에너지 비용 22만원 절약을 감안하면 약 6년 내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실질 공사비 증가폭이 300만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어 분양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ZEB 인증 기준까지 맞추려면 각종 친환경 설비와 자재, 기술을 추가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순 시공비뿐 아니라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과 관련된 투자비도 감안해야 한다"며 "분양가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감 기술 경쟁 본격화… 현대·GS·롯데·등 신기술 적용 확대
건설사들은 공사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은 자체 개발한 '에너지 절약형 조명'을 주거 브랜드 '자이(Xi)'에 적용하기로 했다. 초고효율 LED와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제어 기능을 탑재한 조명시스템으로 기존 대비 30~50%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노린다.
롯데건설은 별도 설치 공간 없이 아파트 외벽에 부착 가능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외장재처럼 활용 가능해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이미 2019년 인천 송도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에 기술을 적용해 국내 최초 고층형 ZEB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인공지능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BEMS)과 건물 외피 단열·기밀 강화 및 태양광 설비 등이 주요 요소다.
DL이앤씨 역시 대전 건축환경 연구센터에서 단열·냉난방·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공공사업 참여하며 ZEB 5등급 인증을 받은 사례가 있는 만큼 민간 아파트 시장에서도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비투자가 초기엔 부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지관리비를 줄일 수 있어 소비자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