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피해보상, 위약금 면제 요구에 "어렵다"··· 고객 '부글부글'

번호 이동 위약금 면제 요구, '고객 형평성'을 이유로 거부 고객, 대리점의 보상안 요구는 사고 수습 및 분석 이후로 미뤄

2025-06-05     임호동 기자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 이후 위약금 면제, 고객 피해 보상금 지급 등에 SKT가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고객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SK텔레콤(이하 SKT) 유심 해킹 사고가 발생한지 어느덧 7주차에 다다랐다. 사고 발생 이후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유심 무상 교체 등의 조치와 경영진의 사과 등이 있었지만, 고객들이 요구하는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고객 피해 보상금 지급 등에 SKT가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고객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 SKT “번호 이동 위약금 면제 없다”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결정을 촉구하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면담을 요청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처 = 이훈기 국회의원 SNS.

지난 4월 18일 최초 발견된 SKT 유심해킹 사고 이후 많은 SKT 고객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번호이동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 통신업계에 따르면 4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SKT 가입자 중 47만8918명이 KT와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했다. 이 중 26만5697명(55.48%)는 KT로, 21만3221명(44.52%)는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호 이동시 발생하는 위약금은 고객들이 부담한다. 번호이동을 고민하고 있는 SKT 고객들은 번호이동의 사유가 SKT의 보안문제인 만큼 번호이동에 발생하는 위약금을 면제해 줄 것을 SKT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SKT의 입장은 단호하다. 5일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열린 SKT 유심 해킹 사고 일일 브리핑에서 김희섭 SKT 언론홍보(PR)센터장은 “번호 이동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변한 것은 없다”며 “고객간의 형평성 문제, 협력업체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위약금 면제를 당장 결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위약금 면제는 번호이동으로 이탈하는 고개들을 위한 혜택으로, 번호이동을 하지 않고 남아있는 고객들은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약금 면제시 발생하는 손실도 만만치 않다. 앞서 유영상 SKT 대표이사는 위약금 면제시 3년간 약 7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희섭 SKT 언론홍보(PR)센터장은 “사고 원인 조사 등이 마무리 되면 위약금 면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객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유심 해킹 사고는 명백히 SKT의 잘못”이라며 “위약금 면제를 못해주겠다는 것은 잘못을 책임없이 회피하겠다는 것”이라며 성토하고 있다.

이에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 5일 최태원 SK 회장에게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결정을 촉구하는 면담을 신청하기 위해 SK그룹 본사가 있는 서린빌딩을 찾았으나 만남은 불발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훈기 국회의원을 맞이한 유영상 SKT 대표는 “최 회장은 다른 일정으로 부재 중”이라며 “위약금 면제는 SKT 이사회와 함께 결정해야할 부분으로 양해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 고객들의 피해보상 요구, SKT "사고 조사 및 분석 이후로…"

고객들이 보상을 요구하며 집단 소송을 이어가고 있지만,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사고 조치 및 분석 이후 정확히 산정해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SK텔레콤. /AI 생성 이미지.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논란은 SKT가 겪고 있는 유심 해킹 사고 후폭풍 중 하나일 뿐이다. 일부 SKT 가입자들은 집단 소송을 제기‧준비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로피드법률사무소 하희봉 변호사는 9175명을 대리해 1인당 5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공동소송의 전체 청구액수는 46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외에도 법무법인 로고스는 최근 320명을 대리해 1회선당 3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으며, 법무법인 거북이는 53명을 대리해 1인당 1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소송을 줄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네이버에 개설된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에는 9만1292명(5일 16시 기준)이 가입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SKT의 유심해킹 사고 피해자 보상방안은 ▲유심 보호서비스 및 보안 강화 서비스 무상 제공 ▲유심 무상 교체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이후 발생하는 2차 피해 발생시 별도 보상 약속 등 사고 후속 조치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사고 발생이후 고객들이 느낀 심리적 불안에 따른 보상, 유심 대란에 따른 시간 피해에 대한 보상 등 고객들이 요구하는 보상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집단소송이 계속해서 이뤄지는 이유다.

이에 대해 SKT 관계자는 “우선 유심교체 등 사태 수습을 위한 조치를 먼저 하고, 현재 진행 중인 민간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를 통해 피해 내용을 살펴본 후에 적절한 보상을 결정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출범한 고객신뢰회복위원회가 고객 신뢰 제고를 위한 보상방안을 논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약 한 달간 신규 고객 가입이 중단된 SK텔레콤대리점 업주들도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SKT는 지난달 5일 유심 대란이 해소될때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전면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문제는 신규 가입자 모집 중단에 결정에 SKT 대리점들은 영업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달 29일 SKT텔레콤대리점협의회는 “소상공인을 죽이는 신규 영업 중단 해제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신규영업 중단에 따른 보상안과 가입자 이탈에 따른 보상안을 조속히 제시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SKT는 신규 영업이 재기된 이후 손해배상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T는 대리점 보상안을 논의하기 위한 대리점주 대상 간담회를 진행해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SKT의 발표에 따르면, 5일 자정 기준 누적 유심교체 가입자는 618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일일 유심교체 가입자는 15만명, 잔여 예약자 수는 316만명이다. SKT는 16일까지 유심 교체 예약자 모두에게 안내 메시지를 발송하고 20일 경 유심 교체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