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0% 관세 폭탄 직격··· 韓 철강업계 생존법은?

포스코·현대제철, 현지 생산·친환경 기술로 돌파구 모색 동국제강, 캐나다에 넥스트젠 시스템 도입··· 폐자재 재활용률 78% 도달

2025-06-05     신종모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 50% 인상을 발효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생존을 건 변화의 기로에 섰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 50% 인상을 발효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생존을 건 변화의 기로에 섰다. 미국의 4번째 철강 수출국인 한국이 전체 철강 수출의 13%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관세 인상은 업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현지 생산·친환경 기술로 돌파구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중인 전기로 제철소(연간 270만t 규모)가 관세 회피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생산 시설을 넘어 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접목해 원가를 15% 절감하는 혁신적 공법을 도입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장과 수직적 통합을 통해 물류비 추가 감소 효과를 노리고 있다. 포스코는 멕시코 기반 가공센터(앨라배마·인디애나)와의 네트워킹을 강화해 북미 지역 내 공급망 다각화를 본격 추진한다.

현대제철은 유럽 자동차 부품사인 티센크루프와 합작해 헝가리 브라티슬라바에 연간 50만t 규모의 전기차 전용 강판 공장을 건설 중이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을 위해 수소 환원철 40%를 혼용한 제품을 생산하며, 현지 완성차 업체와의 장기 계약으로 수익 안정성을 확보했다.

수소 환원제철로 ‘친환경 프리미엄’ 승부수

포스코의 하이렉스(HyREX) 기술이 철강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100만t급 실증 설비 구축을 목표로 하는 이 기술은 오만 그린수소 프로젝트(연간 22만t 수소 생산)와 연계해 친환경 철강 생산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기존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95% 감축하면서도 제품 강도는 20% 향상시켜 프리미엄 가격 적용이 가능하다. 현대제철도 오는 2028년 완료 예정인 하이퍼 전기로 개발을 통해 조업 시간을 40분에서 35분으로 단축하고 전력 소모량을 t당 10킬로와트시(kWh) 절감하는 등 원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캐나다 테노바사의 넥스트젠 시스템을 도입해 철스크랩 분류 정확도를 89%에서 97%로 향상시켰으며, 폐자재 재활용률을 78%까지 끌어올렸다.

디지털 혁신으로 원가 절감··· AI·블록체인 총동원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도입한 디지털 트윈 시스템으로 생산 계획 수립 시간을 72시간에서 4시간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시스템은 원료 투입부터 제품 출하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연간 120억 원의 운용비를 절감했다.

현대제철은 후판 주조 공정에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해 폭 오차율을 2%에서 0.5%로 낮추고 원자재 낭비를 7% 감소시켰다. 포스코는 2026년까지 광양에 스크랩 야드 3개소를 추가 건설해 연간 150만t 처리 능력을 확보하고, 레이저 분광분석기를 통해 불순물 검출 시간을 기존 30분에서 3분으로 단축하는 초고속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 중이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철강업체를 대상으로 변동금리 스왑 상품을 개발해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손실을 최대 30%까지 보전하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수출 신용장 블록체인 플랫폼 도입으로 결제 기간을 14일에서 3일로 단축하고, USD 1억 당 수수료 2만달러(2719만원)를 절감하는 성과도 거뒀다.

정부도 올해부터 철강업체의 해외 인수합병(M&A) 시 법인세 감면율을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하는 등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했다. 

업계는 “정부-기업 간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연간 1조 원 이상)와 인센티브 체계 개편이 동반돼야 실질적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