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KAI 사장, 전격 사의 표명··· “K방산 도약 위한 전략적 결단(?)”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임기 3개월 남기고 용퇴 표명 정치적 중립성 확보·조직 안정성 고려한 선제적 판단 해석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 전문성 필요성 인식”

2025-06-05     신종모
강구영 KAI 사장./사진=KAI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인 4일 임기 3개월을 남기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단순한 정권 교체에 따른 관례적 수순을 넘어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KAI와 업계에 따르면 강 사장은 전날 한국수출입은행을 방문해 "차기 사장이 선임되는 대로 임기를 마치겠다"는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강 사장의 사의 표명 배경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방산업 환경에 대한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K방산 글로벌 4대 강국' 달성을 위해서는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이 융합된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에 특화된 새로운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공군사관학교 30기 출신인 강 사장은 공군 제5전술공수비행단장, 공군 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항공기 개발과 운용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보여왔다. 특히 재임 기간 중 KF-21 보라매 전투기 개발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초도 비행 성공과 함께 2026년 납품을 목표로 순조로운 진행세를 이끌어냈다.

업계 관계자는 “강 사장이 전통적인 항공기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며 “향후 KAI가 직면할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시장 확장에는 다른 차원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중립성으로 신뢰도 제고··· 경영 연속성 확보도

강 사장 사의 표명의 또 다른 핵심 요인은 KAI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이라는 정치적 배경이 새 정부 정책과의 시너지 창출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산업계의 특성상 정부 간(G2G) 협약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색깔을 배제한 순수 전문가가 경영을 맡는 것이 국제적 신뢰도 제고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발표한 방산수출 컨트롤타워 신설과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를 통한 정부 주도 강력 지원체계 구축 방침과도 일치한다.

강 사장은 후임자 선임 전까지 직무를 지속하겠다고 밝혀 경영 공백 최소화와 안정적인 권한 이양을 위한 배려를 보였다. KAI는 정권 교체 시마다 사장이 교체되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경영 전문성과 연속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바 있다.

강 사장은 재임 기간 중 미래 항공우주 사업 관련 조직 개편, 글로벌 마케팅 강화, 위성·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사업 진출 기반을 착실히 마련했다. 특히 FA-50 필리핀 추가 수출 계약 성사는 그의 임기 말미에 이뤄진 성과로 향후 KAI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특화된 차세대 리더십 선임 과제

글로벌 방산업계가 AI와 자율무기체계, 우주항공 분야로 급속히 확장되는 상황에서 KAI 역시 전통적인 항공기 제조업체를 넘어 종합 항공우주 기업으로의 변모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업계에서는 강 사장의 결정을 KAI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환경 조성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국방 AI 등 연구개발(R&D) 국가 투자 확대와 방산수출기업 세제 지원 정책이 본격 추진되는 시점에서 특화된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방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강 사장의 용퇴는 개인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K방산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적극적 전략”이라며 “이제 KAI를 글로벌 항공우주 강자로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를 선임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