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킬 스위치' 의혹 中 태양광 인버터 관련 업계 소집
에너지 안보 우려에 中 인버터 현황 조사 나서 국내 생산한 인버터 우대 등 대응 방안 등 모색
정부가 최근 불거진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의 원격 조종 가능성 논란과 관련해 국내 태양광 업계와 의견 청취를 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의 중국산 인버터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1일 한화큐셀, HD현대에너지솔루션, 효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인버터 판매사들과 만나 중국산 인버터의 보안 위협과 공급망 집중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미국 보안 전문가들이 중국산 인버터 제품에서 제품 설명서에 없는 '불법 통신장치'를 발견했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대응 차원에서 마련됐다. 해당 장치는 외부에서 인버터에 원격 접속해 전력망을 마비시킬 수 있는 '킬 스위치' 기능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산 인버터에 대한 현황을 점검하고, 국내 유통 제품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존재하는지 소통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아직 불법 통신장치 사례가 보고된 바 없지만, 중국산 인버터 비중이 높은 만큼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양광 인버터는 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꿔 전력망에 공급하는 핵심 장치로, 일명 태양광 설비의 '두뇌' 역할을 한다. 하지만 원격 작동이 가능해 사이버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최근 글로벌 태양광 인버터 공급망이 중국으로 집중되면서 공급 차질이나 보안 위협이 발생할 경우, 에너지 안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리투아니아 등 일부 유럽 국가는 100kW 이상 발전소에 대해 인버터의 원격접속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며, EU 역시 유사한 법적 장치를 검토 중이다.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사이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산업부는 이날 회의에서 국산 인버터 육성을 위한 지원책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 인버터에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벽도 만만치 않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 상당수가 중국 현지에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혹은 ODM(제조자 개발 생산) 방식으로 인버터를 들여오고 있어 중국 설비 의존도를 당장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가 논의를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구조적인 개선 없이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치적으로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문제를 두고 거론이 되면서 산업부와 업계 내부에서도 의견 청취 과정에서 해당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업부에서도 현황 파악을 하고 대응 방안이 나오면 업계 역시 따를 계획이지만 아직 산업부 내부에서도 정확한 방침이 나오지 않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