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승인··· 韓 철강업계 ‘삼중고’ 위기

트럼프, 140억달러 투자 조건부 합병 허용 미국 관세·중국 저가공세에 일본 시장선점까지 한국산 철강에 25% 관세 적용 가격 경쟁력 약화 전문가 “디지털 혁신·맞춤형 솔루션으로 활로 모색”

2025-05-27     신종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관세 장벽과 중국의 저가 공세에 이어 일본의 미국 시장 선점까지 겹치면서 ‘삼중고’를 맞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는 단순한 현지 생산 확대를 넘어 고부가가치 특화 전략과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US스틸과 일본제철 간 파트너십이 최소 7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경제에 140억달러(약 19조1300억원)를 기여할 것”이라며 합병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불허했던 결정을 뒤엎은 것이다.

세계 4위 철강업체인 일본제철은 애초 제시액보다 5배 높은 140억달러 규모의 투자안을 제시하며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오는 2028년까지 US스틸 인프라에만 110억달러를 투입하고, 신규 부지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향후 몇 년간 30억달러가 더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수로 일본제철은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해 관세 장벽을 우회하면서도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합병 완료 시 일본제철은 세계 3위 철강업체로 부상한다.

韓 철강업계, 생산중단·희망퇴직 잇따를 듯

한국 철강업계는 현재 심각한 구조조정 국면에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3월부터 한국산 철강에 25% 관세를 적용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위기에 처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부터 포항2공장 가동을 사실상 중단했고, 지난달 포항공장 기술직 근무자 12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연이어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포항철강산업단지의 생산 실적은 지난해 14조7824억원으로 전년 대비 9.45% 감소했으며, 수출 실적도 9.1% 줄었다. 포항 전체 제조업에서 철강 관련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지역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포스코가 최근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현지화 투자만으론 한계··· 고부가가치 전략 시급

한국 철강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58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루이지애나에 연산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며, 포스코도 미국 현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제철의 압도적 투자 규모와 기술력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국 철강산업의 종합 경쟁력은 세계 4위 수준으로, 일본(92.8점), 미국(90.5점), 독일(89.7점)에 이어 한국(85.7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기존의 물량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디지털 혁신과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포스코의 AI플랫폼 ‘포스프레임’이나 현대제철의 프리미엄 건설용 강재 ‘에이치 코어(H CORE)’ 같은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소환원제철, 새로운 돌파구 될까

한국 철강업계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포스코는 2033년 250만t급 첫 수소환원제철 플랜트를 건설하고, 2040년 생산량을 500만t으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2035년 350만t, 2040년 1250만t, 2050년 3650만t의 수소환원제철 생산 목표를 더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친환경 기술 선도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환경 규제를 오히려 경쟁 우위로 전환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한 현지 생산 확대를 넘어 고부가가치 특화 전략과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한국 철강업계가 새로운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물량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디지털 혁신과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