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기후 토론'… 해법은 없고 편향된 주장만 되풀이
기후위기 주제 첫 토론… 핵심 논의 없이 잘못된 정보도 나와 온실가스 감축목표 논의 없어… 소모적 논쟁으로 의미 퇴색
이번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처음으로 기후위기가 단독 주제로 다뤄졌지만,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기후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논의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열린 사회 분야 2차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마지막 주제인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두고 에너지 정책을 포함한 기후위기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 4인 4색 기후위기 공약… 원전·재생 두고 엇갈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 세계의 전체적인 에너지의 흐름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넘어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직전 정부가 재생에너지 산업을 탄압하는 바람에 매우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남해안 중심으로 또는 소멸 위기를 겪는 농어촌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즉 태양광과 풍력 발전들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며 "전남 일대에 재생에너지 송전망이 부족해서 추가 발전 허가가 나지 않는데, 신속히 송전망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문재인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한다면서도 탈원전 정책을 강행해 그 결과 원전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원전을 가스발전으로 대체하면서 수십조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만 주장하고 원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에 에어컨 사용량이 늘어나고 인공지능(AI) 사용에 따라 전기가 많이 필요한데 이럴 때 값싸고 깨끗한 원자력 발전을 많이 준비하는 게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이라며 "원전을 중심에 두고 조력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도 병행하겠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환경과 기후 대응은 매우 중요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환경 PC주의는 국가 정책을 왜곡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며 "비과학적인 환경주의가 아니라 과학과 상식, 그리고 국제적 기준에 입각한 합리적 기후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기후위기는 온실가스의 43%를 배출하는 10대 대기업과 부유층으로부터 발생하는데, 피해는 가난한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된다"며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기업과 부유층에게 기후정의세를 도입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해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고 공공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시대를 열겠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모두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형태로 현재 재생에너지 접속 지연 문제 해결과 분산형 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 첫 기후위기 주제임에도 구체적인 내용은 부실
이날 대선 토론은 사상 처음으로 기후위기가 단독 주제로 다뤄졌지만, 실질적인 정책 논의보다는 소모적 논쟁과 사실과 다른 주장들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후보들이 공약을 제시했지만, 실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나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와 실행 로드맵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공약 발표 뒤 주도권 토론에 들어선 뒤엔 기후위기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토론회 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내용도 권영국 후보를 제외하면 크게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오는 9월까지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UN에 제출해야 하지만 이와 관련한 언급도 거의 없었다.
일부 후보 발언 중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었다. 김문수 후보는 RE100은 국내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RE100을 달성했다. 국내 기업도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과 유럽 사업장은 2020년부터, 인도와 베트남, 중국, 브라질 사업장은 2022년부터 RE100을 달성했다.
글로벌 기후총회에서도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 원전을 3배 늘리자며 30개국 이상이 동참했다는 김 후보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당시 회의의 핵심 합의는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030년까지 3배로 확대하자는 내용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은 24일 논평에서 "기후위기·생태위기 극복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제안과 토론은 부실했다"며 "가짜뉴스 유포와 기후·생태 위기를 악화시킬 우려스러운 주장이 난무하는 장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 화석연료 퇴출 정책,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관련 공약이 없는 김문수, 이준석 후보뿐 아니라 각각 2040년과 2035년 '탈석탄' 공약을 낸 이재명, 권영국 후보도 이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며 시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