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해킹' 위기, 글로벌 불확실성··· SK 위기 넘을 비전은 무얼까?

SKT 가입자 40만↓, 위자료 소송도 ··· 다음달 경영전략회의··· 해킹 대책 ·AI 윤리 마련··· 공급망 재편, ESG 핵심 가치화, 미래 경쟁력 논의

2025-05-23     신종모
SK그룹이 SKT 유심 해킹 사태로 촉발된 신뢰성 위기와 글로벌 불확실성 등을 타개할 방안을 마련한다.

SK텔레콤(SKT) 해킹 사건의 여파가 길어지고 있다. SKT는 해킹 소식이 발표된 후 1달 동안 가입자 40만6040명이 SK텔레콤을 떠났다고 23일 발표했다. 이에 앞서, 22일 이용자 1000여 명이  유심 정보 해킹 사태와 관련해 회사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겠다고 나섰다. 법무법인 대륜을 앞세운 이용자들은 지난 22일 다음주 SKT 이용자 1000여명을 대리해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이용자가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SKT 유심 해킹 사태로 촉발된 신뢰성 위기와 글로벌 불확실성 등을 타개할 방안을 마련한다. SK그룹은 다음 달 13~14일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서 향후 10년을 겨냥한 전방위 성장 전략을 공개한다. 기존 사업 리밸런싱과 인공지능(AI) 확장을 넘어, 지정학 리스크와 기술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새로운 생존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등 그룹 핵심 수뇌부와 계열사 CEO 3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최근 발생한 SK텔레콤의 해킹 사고 여파로 고객 신뢰 회복과 정보 보안 강화책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아울러 AI의 윤리적 활용, ESG의 전략적 내재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 미래 먹거리 확보 등 그룹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이 논의된다.

SK는 이번 회의에서 생성형 AI 활용과 관련한 윤리·투명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의 AI 에이전트 ‘에이닷(A.Dot)’ 확산을 염두에 둔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편향 방지, 책임 있는 AI 구현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반도체 분야에선 SK하이닉스가 양자컴퓨팅용 특수 메모리, 메타버스용 고성능 솔루션 개발을 성장 축으로 검토 중이다. 제조업 전반에는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AI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선제적 조치”라며 “국내 주요 그룹 중 AI 윤리 체계를 본격 수립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탈중국 공급망 다변화 본격 추진

공급망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중 갈등 장기화에 따라 SK는 중국 중심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동남아, 인도, 중남미 등으로의 다변화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SK온은 배터리 생산 거점 확대와 관련해 지정학 리스크를 반영한 입지 선정 기준을 마련 중이다.

최근 베트남 이멕스팜 지분 매각 등 일련의 포트폴리오 조정 사례는 전략적 철수와 진출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우주항공 산업 진출도 테이블에 오른다. SK텔레콤의 통신 인프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을 접목한 저궤도 위성 기반 글로벌 통신망 구축과 우주용 반도체 개발이 장기 과제로 검토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사진=그린포스트코리아

ESG 핵심 사업 전략 공식화··· 디지털 헬스케어 등 사업 영역 확장도

ESG 전략 역시 전환점에 섰다. 일부 계열사에서 ESG 전담 조직을 해체한 데 이어, SK는 ESG를 독립 영역이 아닌 사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공식화할 예정이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폐기물 기반 신소재 개발 등 현실적 감축 방안 중심의 지속가능 경영 모델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린 금융 상품 개발, 탄소 크레딧 거래 시장 진출도 신사업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의료 플랫폼, 디지털 치료제, 원격의료 기술 역시 바이오 계열사의 신약 역량과 결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논의된다.

SK케미칼·SK지오센트릭 등은 친환경 플라스틱 대체재 개발을 위한 바이오 신소재·합성생물학 기술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그룹 전체의 통신·에너지·AI 기술을 통합한 스마트시티 수출 전략도 수립 중이다.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신도시 프로젝트가 타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가 단순한 사업 확장 수준을 넘어, 핵심 기술 선점과 글로벌 리스크에 동시 대응하는 복합 전략을 마련 중”이라며 “이번 회의는 그룹의 중장기 성장 축을 재편할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