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버터 국내 장악 속도…“안보·기술 자립 우려"

국내 유통 절반 이상 중국산… OEM 가면 쓴 국산 지적 글로벌 시장도 중국 장악… "정책 지원 통한 자립 필요"

2025-05-23     진경남 기자
글로벌 인버터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도 중국산 인버터 잠식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국내 태양광 및 재생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발전의 핵심 부품인 인버터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점차 커지면서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 중인 태양광 인버터 가운데 중소형 제품의 약 절반, 대형 제품의 30% 이상이 중국산으로 파악됐다. 표면적으로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과 ODM(제조자 개발 생산) 방식으로 수입돼 유통되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에서 설계·제작된 제품으로 무늬만 국산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버터는 태양광 발전에서 전기 흐름을 제어하고 계통 연결을 가능케 하는 핵심 부품이다. 과거에는 국산 제품이 기술력과 품질 측면에서 앞섰지만, 최근 중국산은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술력에서도 국산에 뒤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태양광 시행사와 발전사업자들이 저가 선호 성향을 보이면서 중국산 점유율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저가 공세로 국내 태양광 시장이 어려워지자 국내 중소 인버터 기업들은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으며, 사후관리 부실 등 실질적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 주요 업체들도 과거 몇 년전부터 중국 제품을 들여와 브랜드만 붙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화큐셀은 중국 굿위, 솔리스, 선그로우 등의 인버터를 수입하고 있으며,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친트파워 제품을 일부 조립하는 방식으로 판매 중이다. 효성중공업은 화웨이 제품을 들여와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한국에너지공단 인증을 받아 법적 문제는 없지만, 사실상 국산 '외피'를 입힌 중국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OEM 방식은 기술력과 설계 역량이 있는 국내 기업에 유리하고, ODM 방식은 빠르고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 시장 점유율 확대에는 유리하다. 다만 두 방식 모두 중국에서 완제품을 들여와 로고만 바꿔 판매하는 이른바 '택갈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국내 기업의 기술력 약화, 차별화 부족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의 독주는 두드러진다. 태양광 전문매체 PV테크에 따르면, 2023년 세계 태양광 인버터 출하량은 536GW로, 이 중 절반 이상이 중국 기업에서 나왔다. 세계 상위 10개 제조사 중 9곳이 중국 본사를 둔 업체이며, 중국산 인버터의 시장 점유율도 50% 이상으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안보와 공급망 리스크다. 미국에선 중국산 인버터에 비인가 통신 장치가 탑재된 사례가 확인되며 전력망 침투 가능성이 우려되자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 역시 중국산 의존에 따른 통제력 상실을 지적하며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업계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중소 인버터 제조업체 관계자는 "KC 인증조차 부담스러운 국내 기업과 달리, 중국 업체는 자본과 생산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기업 자체도 제품 개선 및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책적 지원을 통해 국산 인버터 자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