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창업 10년 만에 '흑자전환'… 무늬만 흑자

재고손실부터 리스·금융이자 등 지출로 순이익은 적자 재무건전성 중요 지표인 '현금성자산'도 전분기 대비 반토막

2025-05-22     장은진 기자
컬리는 재사용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 통한 친환경 배송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컬리 홈페이지 이미지

컬리가 창업 10년 만에 영업이익 17억 6100만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리스 이자 등 각종 비용으로 당기순손실 38억원이 발생하며 '무늬만 흑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컬리는 연결기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7억 61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5807억원으로 전년(5392억원)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액 등 표면적 지표만 놓고 보면 컬리의 실적은 분명히 개선됐다. 하지만 또 다른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컬리의 지난 1분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81억원으로 전년(801억원) 동기 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축소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순이익을 기반으로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에서 이자지급 비용 등을 가감한 수치다. 컬리는 같은 기간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도 145억원으로 전년(838억원) 대비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현금창출력이 급감한 배경에는 물류센터 관련 리스 이자 등 비용으로 지출이 주요했다. 컬리가 지난 1분기 물류센터 등 리스 관련 비용으로 총 지급한 현금유출액은 177억원으로 전분기(112억원) 대비 58% 늘었다.

운전자본 부담도 일부 있었다. 현금 흐름 둔화 요소인 재고자산은 2025년 1분기 전년(650억원) 동기 대비 10.82% 증가한 720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판매대금인 매출채권이 29억원으로 전년 대비 6.14% 감소하고, 외상값 개념인 매입채무를 전년 대비 6.95% 늘린 2340억원으로 만들면서 현금 유출을 늦췄다.

이같은 모습은 유통기업이 협력사들에게 재무부담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실제 컬리는 연간 1500억원대 내외로 유지하던 매입채무가 2024년 말 기준 800억원이나 증가한 2315억원이 됐다. 매입채무가 늘어나면서 마이너스 상태였던 영업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문제는 비대하게 커진 매입채무로 유동성 측면에서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컬리의 1분기 말 유동부채는 3889억원으로 유동자산(3344억원)을 500억원 가량 상회한다. 더욱이 컬리가 보유한 유동자산 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75억원으로 비중은 23.1%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재고자산 증가 효과를 제외하면 여전히 적자 구조라고 분석한다. 올 1분기 늘어난 재고자산 규모가 영업흑자 규모보다 크다는 점에서 구조적 개선보다는 일시적 요인이 컸다는 평가다. 특히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주력으로 하는 컬리의 사업 모델 자체가 높은 손실률을 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컬리는 지난 1분기 재고자산평가손실 평가충당금으로 20억원을 쌓았지만 환입된 금액은 2억원에 불과했다. 충당금 대부분이 손실로 처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재고자산평가손실은 영업이익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순이익에는 직접 영향을 미쳐 당기순손실 확대 요인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업계에서도 컬리가 근본적인 사업 모델 변화 없이는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컬리 관계자는 "일반적인 제조업와 컬리의 사업모델은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 "이번 실적 개선은 재고자산의 영향이라기 보다 효율적인 비용집행의 영향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