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에너지 판도… 원전·신재생, 둘 다 뜬다
AI 관련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관련주 연일 강세 글로벌 원전·신재생 동반 투자 기조…국내도 에너지 믹스
인공지능(AI) 산업의 고속 성장에 따라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두 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보다 7.51% 오른 3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2년 만의 최고가다. 소형모듈원전(SMR) 수출 기대와 가스터빈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또 다른 원전주인 비에이치아이도 3.78% 오른 3만8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업계에서는 "AI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구조"라며 "데이터센터 확대가 원전과 같은 대형 전력원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 100GW(기가와트) 수준에서 2050년까지 400GW로 늘리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추진 중이다. 빌 게이츠가 창업한 테라파워, 아마존이 투자한 엑스에너지 등 빅테크들도 전력 수급을 맞추기 위해 분산형 SMR에 대한 직접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유럽도 정책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벨기에는 최근 탈원전 정책을 철회했으며, 이탈리아와 덴마크도 원전 도입 재검토에 나섰다.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호재를 맞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병행하며 전력 수급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19일 9.03% 오른 5만700원에 거래됐고, 대명에너지는 무려 29.82% 급등해 2만4900원을 기록했다.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공화당이 발의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안에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을 사용하는 프로젝트에 세액공제 혜택을 배제하는 내용을 포함하면서 중국산 비중이 적은 국내 태양광 기업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동반 성장 흐름에 정치권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에너지산업이 정치화 됐지만, 최근 대선 후보 모두 AI 산업의 전력 수급 안정을 핵심 정책 방향으로 삼고 실용주의로 변화하고 있다. 원전 비중 확대와 재생에너지 확대 등 무게추는 다르지만 산업 육성 과정에서 다양한 에너지가 공존하는 '에너지 믹스'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의 급성장하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공존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