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의 '서해공정' 시도에 해양안보 대응전략 시급하다

2025-05-19     신종모
박범진 경희대 안보전략 겸임교수(예비역 해군 대령)

중국은 '중국몽(中國夢)'이라는 국가 대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인태지역에서 미국을 무력화시키고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정치경제 질서 확립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제적 측면에서는 일대일로 전략을, 군사적 측면에서는 미국 주도 동맹체제 와해와 해양패권 장악을 위한 공세적 대외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항공모함 3척, 052형 이지스구축함, 055형 순양함,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등 원해 작전능력을 갖춘 해군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며 해양강국 전략목표를 현실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만해협·동중국해와 서해를 하나의 바다로 연결하는 '서해 내해화(內海化)'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더해 해양에서의 위협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서해 EEZ 잠정조치수역 내 무단 해상 철골 구조물 설치 급증

최근 중국은 한·중 양국간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200해리)이 겹치는 해역인 잠정조치수역(PMZ: Provisional Maritime Zone) 내에 심해 연어 양식용 시설이라고 주장하는 해상 대형 철제 구조물 2개(선란 1·2호)를 2018년과 2024년에 한국에 사전 통보 없이 무단으로 설치했다. 2022년에는 이 구조물들을 관리하기 위해 원유 시추설비 형태의 대형 철골 구조물(100여명 인원 상주 공간 및 헬기장 설치)을 설치했으며, 앞으로 2~3년 내 12개소의 해상 철제 구조물을 증설하고 연결하여 인공섬으로 조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6일, 우리 국립해양조사원 소속 해양조사선 온누리호(1,422톤)가 해경 함정의 지원하에 이 철골 구조물에 대한 정당한 조사활동을 시도했으나, 중국 측의 위협적인 방해활동으로 조사를 중단하고 복귀했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한중 간 잠재적 외교·군사적 갈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4월 23일 이후 실시한 한·중 해양협력대화에서 한국은 중국에 민간 구조물 조사활동 거부 이유와 해저 고정형 구조물 여부 확인, PMZ 외곽으로의 이동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 시설이 사전 허가절차를 통해 설치된 민간용 연어 양식시설로 불법이 아니며, 민간시설에 국가가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이 구조물 설치 목적에 의심한다면 직접 방문해 확인할 것을 제안하는 등 회피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남중국해 산호초 점유 사례와 유사한 형태로, 한국의 반응을 탐색하며 대응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일·중 간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대륙붕의 미획정 해역인 동중국해에서도 2024년 5월 현재 철제 구조물 19개소를 무단 설치하여 일·중 간 해양분쟁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해양패권 지향의 A2AD전략과 살라미전술 및 회색지대전략 구사 예상

중국은 1994년 남중국해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스프래틀리군도의 '미시치프 산호초'를 기습 점유한 후, 소형 구조물을 설치하고 2013년부터 항만시설, 헬기장, 통신중계시설, 비행장 및 대공미사일/감시레이더 등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이와 유사하게 서해 PMZ 내 설치된 해상 철골 구조물과 고정된 시추형 관리시설은 어업 전진기지나 해저 광물자원 개발시설로 위장한 후, 한·미 함정·항공기 활동에 대한 감시/정보수집 장비와 대공/대함미사일 설치 등을 통해 군사용 전진기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중국은 한국의 대응 양상을 관찰하면서 하위단계에서 상위단계로 점진적으로 목표를 달성해 가는 살라미전술(Salami Slicing Tactics)과 회색지대전략(Gray Zone Strategy)이 혼재된 하이브리드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중국은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몽 달성과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 근해 해양통제 및 원거리 해상교통로(SLOC) 보호 등 원해 확장을 위한 항모전투단 중심의 '근해방어·원해방위' 해양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차단·거부하기 위한 해양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대만 지원을 위한 역외 해상 이동 차단 및 한미연합 해군전력의 무력화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 대응방안으로는 국제법에 입각하여 한중 어업협정 이행 준수 요구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자제 의무(제74조)' 위반사항을 제시하는 등 외교적 협상채널과 한중 해양협력대화를 통한 지속적인 항의를 진행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나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제소 등 법적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

양국 간 어업공동위원회를 개최하여 철골 구조물 철거를 요구하고, 불응 시 '동일 비례원칙'에 따라 중국 측 PMZ 인근 해상에 해양과학조사기지나 동일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하여 협상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잠재적 해상 위협활동과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해군/해양경찰 경비함정과 해상초계기·해상정찰용 UAV의 동경 123도 이동(以東) 해역 경비활동과 해상초계/감시활동을 확대해야 한다.

향후 해상 철재 구조물 인근에서 예상되는 중국의 회색지대전술에 대비하기 위해 해양경찰 경비함정의 중무장 개조 강화와 해군 함정·항공기의 측면지원 등 해군/해양경찰 간 상시 합동해상작전 대응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중장기적 대응방안으로는 해양관할권 유지·확보 차원에서 중국과의 해양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백령도·덕적도·격렬비열도·어청도·흑산도·마라도 등 전략도서에 지대함/지대공미사일과 함정/항공기 전진 배치가 가능하도록 기지화 운영이 필요하다.

국가 해양전략 관리 차원에서 해양업무 관련 국가사무를 총괄 조정·통제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해양전략위원회"를 신설하고, '국가해양안보전략서'를 작성하여 해양분쟁 발생 시 NSC 산하 해양안보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할 수 있는 안보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하다.

분쟁 예상해역에 대한 상시 감시정찰능력 강화와 신속한 대응을 위해 영상·신호정보 정찰위성과 선박자동식별체계(AIS) 등 정보 수집체계와 인공지능(AI) 기반 정보분석체계가 연계된 해양영역인식(MDA: Maritime Domain Awareness)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잠재적 위협국과의 해양/도서분쟁 대응 및 해상교통로(SLOC) 보호를 위해 항공모함(CV)과 핵추진공격잠수함(SSN) 확보를 국가 안보전략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중국과 해양관할권·도서영유권 분쟁 중인 국가들(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과 정보·대응전략 공유 및 해양안보 역량 강화 지원을 통해 대중국 공동 대응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의 살라미전술과 무실화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연합해상훈련 해역을 서해까지 확장하고, '서해∼동중국해∼대만해협'을 단일 전구로 확대하여 한미일 상호작전운용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미국의 '항행의 자유작전' 임무 해역을 '남중국해∼대만해협∼동중국해∼서해 인천근해'까지 확장하도록 하고, 한국의 기동함대 전력도 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중국의 '서해 내해화 전략'은 우리의 해양영토와 관련된 사활적 이익이 달린 중대한 국가 생존문제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적 안보 사안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자국 이익 우선주의와 각자도생의 국제 안보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서, 국가 지도자의 결단과 여야 정치권 및 국민들의 일치된 목소리, 그리고 전략적 사고에 기반한 포괄적 안보 대응전략을 조속히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

<필자소개>

박범진 교수는 예비역 해군대령으로 해군본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 국방정보본부 등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며 국가 안보에 기여했습니다. 전역 후에는 사단법인 해군OCS장교중앙회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안보전략 겸임교수로 3년째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안보교수와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며 국민 대상 안보 및 통일평화교육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연구 활동으로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와 이어도연구회 객원연구위원,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군사연구위원,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정책연구위원으로서 해양안보, 국방안보정책, 북한 군사전략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 전략물자기술자문위원, 독도사랑운동본부 자문위원,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 플라자프로젝트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동북아학회, 한국군사학회, 한국국가정보학회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바다 저자와의 대화 IV'를 포함한 3권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핵안보 프로젝트'를 2025년 7월에 출간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