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처럼 쌓는다”··· 현대엘리베이터·삼성물산, 초고층 ‘모듈러 승강기’ 개발

양사, 초고층 모듈러 승강기 개발 협약 체결 “초고층 시장, ‘한국형 모듈러’가 주도” “건설 폐기물·소음·분진 감소 등 친환경 효과도”

2025-05-18     신종모
이태원 현대엘리베이터 CTO(오른쪽에서 여섯 번째)와 조인수 삼성물산 건설부문 M&E 본부장(오른쪽에서 일곱 번째) 등 양사 관계자들이 지난 16일 모듈러 승강기 기술 고도화를 위한 MOU를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와 삼성물산이 초고층 건물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모듈러 승강기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양사는 지난해 성공적으로 개발한 2세대 모듈러 승강기 기술을 바탕으로 최대 500m 높이의 초고층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3세대 기술로 발전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6일 삼성물산과 충남 천안의 삼성물산 모듈러 승강기 R&D LAB에서 ‘모듈러 승강기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양사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40m급 건물 코어 일체형 2세대 모듈러 승강기를 개발한 데 이어, 이번 협약을 통해 최대 500m 높이의 초고층 건물에도 적용 가능한 3세대 기술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이미 지난 2021년에 13m 이하 저층 건물에 적용 가능한 1세대 모듈러 승강기 기술을 개발한 바 있으며, 이번 협약은 이러한 기술 개발의 연장선에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삼성물산이 모듈러 승강기 기술 고도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건설 현장의 속도와 안전, 품질 등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모듈러 승강기는 구조체를 포함해 건축 부재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설치와 내외장 마감 등만 진행하는 방식이다. 마치 조립식 장난감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설치하는 이 기술은 여러 측면에서 혁신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가장 큰 장점은 공사 기간의 획기적 단축이다. 모듈러 방식은 승강기 공사 기간을 기존 공법 대비 약 75% 단축할 수 있어 전체 건설 일정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고소 작업 등 위험한 작업이 줄어들어 작업자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된다.

품질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공장에서 사전 제작되므로 균일한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 특히 균일한 품질 관리, 건설 폐기물·소음·분진 감소 등 친환경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탈현장건설(OSC)과 모듈러 건축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 협력은 국내외 초고층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의 핵심 무기가 될 전망이다. 안전, 속도, 품질, 환경까지 모두 잡는 ‘모듈러 승강기’가 건설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태원 현대엘리베이터 촤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현대엘리베이터는 건축과 승강기 간의 시너지를 한층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보다 더 안전하고 편리한 기술 개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인수 삼성물산 M&E본부장 역시 “모듈러 기술은 승강기 설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며 “이번 협력으로 OSC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편 승강기 시장과 모듈러 건설 시장은 모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엘리베이터 시장은 지난 2023년 219억3000만달러(약 30조7000억원)에서 2024~2031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 10.74%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엘리베이터 시장은 2018년 4474억달러에서 2032년까지 1167억달러로 증가하며, 연평균 성장률(CAGR) 5.6%를 보일 전망이다.

모듈러 건설 시장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2023년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8055억원으로, 2018년(123억 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65배가량 성장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모듈러 시장은 올해 4590억원, 2030년에는 1조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