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②] 계약형 vs 기금형, 무엇이 다를까
일반적으로 퇴직연금의 지배구조는 계약형과 기금형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제도는 기업이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와 계약을 통해 거래가 이뤄져서 계약형 퇴직연금제도라 한다. 반면, 가금형 퇴직연금제도는 노·사·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법인(기금운용위원회 등)을 만들어 연금을 관리 및 운용한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과거 퇴직금 제도에도 연금제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용 절감 등의 사유로 인해 계약형 제도를 도입하였다.
◇ 계약형과 기금형의 차이는
현재 계약형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퇴직연금 이해관계자 중 제일 중요한 주체인 가입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입자는 퇴직연금에 관심이 없고, 전문성도 부족하다. 계약형 도입 과정에서 노사 합의가 의무화되어 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며 도입 이후에도 가입자는 우수한 금융기관을 직접 선택할 수 없고 사용자와 계약을 맺은 곳에서만 탐색해야 한다. 특히,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경우 복잡한 금융상품을 직접 골라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 하였으나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반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를 통해 회사와 별도로 독립된 비영리재단법인 형태의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퇴직연금 기금의 운용을 사용자 및 근로자 대표와 외부 자산운용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 구조를 통해 운영하는 형태이다. 즉 사용자는 노사 공동으로 기금 운영 관련 정책을 결정하여 수탁법인에게 기금 운영 업무를 위탁하고, 수탁법인이 모든 관리 책임을 지고 기금을 신탁 형태로 운영하게 된다.
◇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어떻게 설정 및 운영되나
1. 수탁법인 설립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운영 주체인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탁법인의 형태를 인적, 물적 요건을 구비한 비영리재단법인 등으로 한다. 회사(사용자)가 주무 관청에 심사 및 허가를 받아야 한다.
2. 신탁 설정(연금자산 신탁)
위탁자인 사용자와 수탁자인 수탁법인 간 계약으로 신탁 설정하게 되고 신탁이 설정되면 사용자는 부담금 납부 의무를 부담하고, 수탁자는 수익자(근로자)를 위해 신탁(연금) 자산을 관리·운용할 의무를 부담한다.
3. 수탁법인 지배구조(의사결정기구)
수탁법인 최고 의사 결정을 위한 지배구조의 핵심은 이사회로, 노사가 선임한 자를 각각 동수로 구성하게 된다. 이때 자산운용과 관련해서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하게 된다. 수탁법인의 이사는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동수로 선임하고 외부 전문가를 포함하고 선임된 이사 전원으로 구성하는 이사회에서 적립금 운용의 기본 원칙인 운용계획서를 마련하는 등 수탁법인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게 된다.
4. 연금 자산 운용
수탁법인은 연금 자산을 직접 또는 전문기관에 위탁 운용하고, 직접 운용은 심사를 통해 허가받은 수탁법인만 가능하다. 확정급여형(DB) 제도는 수탁법인이 이사회 지침에 따라 운용하고 DC형은 근로자가 수탁법인의 도움을 받아 직접 운용하게 된다.
이처럼 운영되는 기금형 제도의 장점은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수월하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동수로 참여하고 외부 전문가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금 자산의 사외적립이 100% 이상 되어 회사와 독립된 기금의 형태로 조성되어 근로자의 수급권이 강화된다. 더불어 적립금 운용에 있어서 외부 전문가(현행 국민연금과 동일)가 운용하고 중소기업들의 연합형 기금 도입이 가능해져 운용에 이어서의 전문성 확보 및 적립금 운용의 대형화를 통한 효율성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 계약형에 비해 제도 운영 및 관리에 있서 시스템 구축 및 인력 확보와 같은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강영선 쿼터백그룹 연금연구소 소장 30년간 다양한 금융업종에 종사하면서 상품개발, 자산관리, 투자 컨설팅, 대체자산운용 및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였다. 퇴직연금제도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등의 대학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