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거래소 1은행' 규제 완화, 대선 핵심 공약 부상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의 '1거래소 1은행' 규제를 깨는 방안이 내달 대통령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떠올랐다. 1600만 가상자산 투자자의 표심을 겨냥한 규제 완화에 은행권과 업계의 기대감이 크지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15일 정치권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1거래소 1은행’ 원칙과 관련한 공약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 폐지 또는 완화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거래소 1은행 원칙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특정 은행 한 곳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규제를 일컫는다. 법적 근거는 없으나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자금세탁방지 등을 이유로 사실상 강제하는 ‘그림자 규제’다.
지난 12일 일부 언론에서 “금융당국이 조건부 완화를 추진한다”라고 보도했으나, 이튿날 금융위 FIU는 “1거래소 1은행 체계 변경이 시장 독과점 및 자금세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이를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디지털 가상자산 7대 공약'을 발표하며 '1거래소 1은행' 원칙 폐기를 공식화했다.
국민의힘은 이와 함께 현물 ETF 도입, 기업·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구축, 토큰증권(STO) 법제화 등도 공약에 포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해 구체적인 제도 정비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국내 5대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은 케이뱅크(업비트), KB국민은행(빗썸), 카카오뱅크(코인원), 신한은행(코빗), 전북은행(고팍스) 등 소수에 불과하다.
거래소와 제휴하지 못한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규제 완화 시 신규 고객 유치와 예치금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업비트와 같은 대형 거래소와 제휴 기회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동안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거래소 이용 시 은행 계좌 개설의 불편함, 독과점 구조로 인한 선택권 제한 등을 지적해왔다. 업계에서는 복수 은행과 제휴가 허용되면 고객 편의성 증대와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시장 독과점 심화,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의 분산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한다. 여러 은행이 한 거래소와 제휴할 경우 실명계좌 관리·감독이 분산돼 자금세탁 감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거래소 1은행 원칙을 완화하면) 자칫 독과점 부분을 심화시킬 수 있지 않냐는 우려가 있다”라며 “은행이나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금세탁 리스크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췄는지도 짚어보고 판단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