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獨 공조기업 플랙트 인수… "138조 미래 시장 잡는다"

2.4조원에 액체냉각 기술 선두 플랙트 인수 AI·데이터센터 냉각 친환경 기술 시장 겨냥

2025-05-14     임호동 기자
2조4000억원에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그룹을 인수한 삼성전자./양사 홈페이지 제공

삼성전자가 사상 두 번째 대형 M&A로 인공지능(AI)로 급성장하는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 판도 흔든다.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인수로 글로벌 공조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2조400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로 사업 다각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독일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15억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17년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의 M&A다.

100년 역사의 플랙트는 맞춤형 공조 솔루션으로 유럽 시장을 장악해온 업체다. 대형 데이터센터부터 박물관, 공항, 대형 병원까지 다양한 시설에 고품질·고효율 공조 설비를 공급해 왔다. 특히 에너지 절감을 통한 친환경 목표가 중요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랙트의 '액체냉각 시스템(CDU)'은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용량과 효율성을 자랑한다"며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DCS Award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AI·데이터센터 특수 정조준"... 공조시장 '블루오션' 겨냥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는 급성장하는 공조 시장의 선점 효과를 노린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공조 시장은 기후위기와 친환경 규제 강화로 2024년 610억달러에서 2030년 990억달러로 연평균 8%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연평균 18%의 고성장세로 2030년 441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 글로벌 공급 경험과 최적의 설계 및 솔루션 제시 역량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로 이 장벽을 단숨에 뛰어넘겠다는 포석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자사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b.IoT, 스마트싱스)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FläktEdge)을 결합한 시너지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트레버 영 플랙트 CEO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업 기반과 투자를 통해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잇단 M&A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가속페달'

삼성전자는 최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M&A 행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번 인수에 앞서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AI), 소니오(메드텍), 룬,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오디오/전장) 등을 잇달아 품에 안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존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전에 머물지 않고 AI, 로봇, 의료, 공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초호황기에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과감한 M&A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AI 시대 급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시장을 노린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