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의 飛上··· 친환경·특수선 전환, '게임체인저’로
지난해 수주 실적 4조7000억원··· 수주잔량 9조원 돌파 위기 속 기회 ‘스마트 특수선’ 체질 전환 ‘신의 한 수’ 맞춤형 스마트 특수선·친환경 선박 패키지 등 수출 시장 개척 중
HJ중공업은 한때 세계 5위 조선사였다. 하지만, 2008년 리먼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분기점으로 HJ중공업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2012~2013년 가동률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져, 한마디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런데 HJ중공업은 생존을 위해, 일반적인 선박이 아닌 특수선으로 눈을 돌렸다. 공기부양선, 고속 경비정, 친환경 선박 등 대형 조선사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선박으로 방향을 틀었다.
HJ중공업이 조선업계의 판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와 ‘친환경’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특수선 시장에서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양안보, 해양플랜트, 해양재난 대응 등 특수 목적 선박 수요가 급증하자 ‘스마트 특수선’으로 체질을 전환한 것이 HJ중공업의 ‘신의 한 수’가 됐다.
조선업 ‘슈퍼사이클’ 타고 창사 이래 최대 수주
14일 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은 2024년 한 해 동안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특히 조선 부문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해군 합동해안양륙군수지원(JLOTS) 사업 등 특수선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해양구조물 등 신사업 확장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실제로 지난해 조선 부문 수주액은 1조7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HJ중공업은 지난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4년 영업이익은 92억원, 당기순이익은 86억원을 기록했다.
HJ중공업의 수주잔량은 2024년 말 기준 9조3000억원으로,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친환경 선박과 해양플랜트 분야에서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HJ중공업의 성공은 단순한 제품 혁신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미래 시장을 내다본 ‘기술 리더십’과 ‘시장 다변화’ 전략의 결과인 셈이다.
‘친환경’ 넘어 ‘에너지 자립선’으로 진화··· ‘디지털 트윈’ 기술까지
HJ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 함정 통합관리 시스템’을 특수선에 적용, 함정의 실시간 상태 모니터링, 원격 진단, 예지정비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융합했다. 이 시스템은 운용 효율성과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특히 HJ중공업은 단순한 연료 전환을 넘어 선박 자체가 에너지를 생산·저장·활용하는 ‘에너지 자립형 선박’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태양광 패널과 리튬이온 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특수선을 시범 운항했다. 이 선박은 정박 중에는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해 함내 전기설비를 자급자족하고, 운항 시에는 배터리와 엔진을 병행 구동해 연료비와 탄소배출을 30% 이상 줄였다.
또한 HJ중공업은 해양수소 생산 및 저장 기술을 접목한 ‘수소연료전지 추진 특수선’의 상용화를 목표로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군함·경비함 등 장시간 작전이 필요한 특수선의 에너지 효율성과 친환경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HJ중공업은 최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의 함정 설계·운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실제 선박과 똑같은 가상 모델을 만들어, 설계 단계부터 운항·정비까지 전 생애주기를 시뮬레이션한다. 이를 통해 선박의 내구성, 연료 효율, 안전성을 사전에 검증하고, 운항 중에는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운항·정비 시점을 제시한다. 이 기술은 단순히 설계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선박의 라이프사이클 비용(LCC)을 2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HJ중공업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특수선뿐 아니라 상선, 해양플랜트 등 전 사업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해양안보·친환경 시장’ 투트랙 전략
HJ중공업은 최근 동남아, 중동 등 신흥국 해양안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현지 맞춤형 스마트 특수선과 친환경 선박 패키지를 제안하며 수출 시장을 적극 개척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운항 시스템, 해양재난 대응 드론 연계 플랫폼 등 차세대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해양안보 솔루션’은 해외 바이어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HJ중공업은 최근 해양경찰청의 3000t급 친환경 대형 경비함 수주에 성공했다. 해당 경비함에는 고장력강 선체,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이 적용돼 내파성과 항해성, 임무수행 능력이 대폭 강화됐다.
특히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MRO) 시장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의 정비협정(MSRA) 체결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해양보안 시장에서의 입지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외에도 한화시스템과의 협력을 통해 전투체계(CMS), 센서, 무장 등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첨단 시스템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HJ중공업은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실현을 위해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전사적자원관리(ERP) 기반 온실가스 데이터 집계, 비산먼지·소음·폐기물·수질오염 방지시설 투자 확대 등 사업장 전반의 환경영향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NG와 중유를 이중 연료로 사용하는 고효율 친환경 LNG 추진선 개발 및 건조, 도장공장 내 배출가스 저감 설비 구축, 빗물 재활용 시스템 도입 등 친환경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24년 KCGS ESG 평가에서 환경(E) 부문 A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는 “HJ중공업은 단순한 선박 제조를 넘어 해양안보·친환경·스마트 기술이 융합된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HJ중공업만의 독보적 기술력은 앞으로도 국내외 해양산업의 혁신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