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에 건설사들 '컨소시엄'으로 돌파구
재건축·재개발, 단독 수주 대신 컨소시엄 사례 늘어 리스크 분산, 사업성 확보 차원서 경쟁 최소화 노려
공사비 급등과 분양시장 불확실성 속에 대형 건설사들까지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과거 중소 건설사들이 자금력·브랜드 부족을 보완하려 대형사에 기대던 것과 달리, 이제는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들끼리도 공동 수주에 나서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1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 시공권을 공동 수주했다. DL이앤씨가 지분 60%, 현대건설이 40%를 맡았으며, 총사업비는 8700억원 규모다. 양사는 장위동 일대에 아파트 2270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이보다 앞선 3월, 롯데건설과 함께 수원 구운1구역 재건축을 따냈고, 같은 달 롯데·GS건설은 상계5구역 재개발도 공동 수주했다. 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롯데건설이 함께 참여한 '올림픽파크 포레온(구 둔촌주공)'이나 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함께한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도 국내 주요 시공사가 손을 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컨소시엄 수주가 급증하는 이유는 공사비 부담과 미분양 리스크 때문이다. 정비사업은 한 번에 수천억원, 많게는 1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 대규모 단지 프로젝트가 많다. 단일 건설사로는 자금·인력 부담이 크고, 사업이 틀어졌을 경우 손실 위험도 크다. 복수의 건설사가 참여하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여기에 브랜드 결합을 통한 마케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과거에는 대형사가 주도하고 중견·중소사가 따르며 자금력과 기술력의 한계를 보완했지만 최근에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최상위권 업체들이 서로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예측 불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컨소시엄은 위험을 나누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합들의 입장은 다르다. 입찰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면 경쟁이 줄고 협상할 대상은 많아지면서 조합이 원하는 조건을 관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수의 건설사가 참여하면 시공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올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는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과 2위 현대건설이 맞붙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처럼 경쟁이 치열하면 조합입장에서는 더 좋은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으면서 사업성은 높은 강남권 재개발 같은 경우 조합이 처음부터 단독 입찰 조건을 내걸고 공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
업계는 당분간 컨소시엄 방식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더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해 경쟁을 원하겠지만 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단독 입찰보다 위험을 나누는 전략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