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기술 초격차③] 삼성重, 아프리카도 캐나다도 반한 FLNG 능력

친환경·미래연료 선박·해양플랜트 넘사벽 기술력 “세계 최초로 FLNG 표준모델 라인업 완성” 디지털 트윈 기반 선박 관리·자율운항 독보적 경쟁력

2025-05-09     신종모
삼성중공업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한국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독자적인 친환경·스마트 선박 기술, 디지털 생산 시스템, 숙련된 인력과 협력 생태계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결과다. 최근 국제 환경 규제 강화로 촉발된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속에서 한국 조선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한국 조선 3사의 '초격차' 경쟁력과 혁신의 원천을 시리즈로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2021년 11월,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필리프 뉴지 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자 마자 한국으로 급히 날아왔다.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모잠비크가 사상 처음 발주한 부유식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를 바로 삼성중공업이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지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FLNG '코랄 술'호 출항 명명식을 가졌다. 뉴지 대통령은 동반한 부인이 명명식에서 도끼로 밧줄을 자르는 순간, 감격스러운 듯 잠시 눈을 감았다. 모잠비크에겐, 가난한 아프리카의 빈국에서 에너지 부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뉴지 대통령은 지난해 또 한국을 찾아 두번째 FLNG 발주 협상을 가졌다. 또 하나의 FLNG선 발주도 수주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뿐 아니다.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 전세계 에너지 기업들이 삼성중공업에게 FLNG를 줄줄이 맡기고 있다.중국의 영향력이 막강한 아프리카의 모잠비크가 한국의 삼성중공업에게 건조를 맡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삼성중공업의 독보적 FLNG 건조 기술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기술집약적 선박, 해양플랜트, 친환경 신연료 추진, 디지털 솔루션 등에서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며, 글로벌 선주와의 신뢰, 국제 인증, 턴키 프로젝트 수행 능력 등 여러 방면에서 경쟁자들에 한걸음 앞서가고 있다.

최근 중국이 국영 조선소의 대규모 투자와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 내수시장 기반을 바탕으로 선박 건조량과 수주량에서 빠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와 같은 고난도·고부가가치 선종에서는 여전히 한국, 그중에서도 삼성중공업의 독주가 이어진다.

중국 조선사의 거침없는 성장세 속에서도 삼성중공업은 여전히 ‘넘사벽’ 기술력으로 고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단순히 수주량이나 생산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삼성중공업만의 ‘초격차’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심해용 FLNG 표준모델 MLF-O. /사진=삼성중공업

“FLNG·FPSO··· 해양플랜트 턴키 역량의 진짜 힘”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FLNG 표준모델 라인업을 완성했다. 연안용 ‘MLF-N’과 심해용 ‘MLF-O’ 모델을 개발, 각각 평균 파고 2m 이하 연안, 9m 이상 심해 환경에 최적화된 설계와 구조를 구현했다. 특히 MLF-O는 이중열 화물창 구조로 슬로싱(내부 액체의 흔들림) 효과를 최소화해 심해의 거친 파도에서도 안정적 운용이 가능하다.

이 표준모델은 글로벌 선급 3사(DNV, LR, ABS)로부터 기본 인증을 획득, 납기 단축과 원가 경쟁력, 모듈화·확장성 등에서 기존 맞춤형 설비 대비 혁신적 경쟁력을 확보했다. 삼성중공업은 FLNG 신조 시장에서 전 세계 9척 중 5척을 수주하며 독보적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중국 해양사가 최근 FLNG 신조·개조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나, 표준모델 개발, 심해 대응 설계, 글로벌 인증, 대형 프로젝트 실적 등에서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보여준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의 설계-조달-시공(EPC) 모든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 역량을 일찌감치 확보하였다. 특히, 해양 개발 설비의 핵심인 톱사이드(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설계 및 시공 능력은 글로벌 조선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톱사이드에는 LNG 생산·정제·저장·하역 등 복합 공정이 집약돼 있어 고도의 공정관리, 시스템 통합, 안전·환경 규제 대응, 기자재 국산화 등 전방위적 기술이 요구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995년 국내 최초 셔틀탱커 건조, 2008년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선, 2011년 국내 최초 엠브레인형 LNG선 화물창 독자 개발 등, 해양플랜트와 가스체인 분야에서 독창적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중국 해양사는 최근 FLNG 개조,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신조 등에서 실적을 쌓고 있으나, 대형 신조 프로젝트, 톱사이드 설계·시공, 글로벌 선주와의 턴키 프로젝트 경험 등에서는 삼성중공업과 현격한 격차가 존재한다.

“스마트십의 두뇌, 삼성중공업이 직접 만든다”

조선업계의 미래는 ‘스마트십’에 달려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4년부터 자체 개발한 스마트십 플랫폼 ‘SVESSEL’로 선박의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최적의 운항을 지원한다.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AI·빅데이터 기반의 예측정비, 연비 최적화, 안전관리까지 한 번에 해결한다. 이처럼 독자적인 선박 운영체제(OS)를 상용화한 조선사는 전 세계에서 삼성중공업이 유일하다. 중국 해양사 역시 스마트십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선주와의 실증 경험이나 독자 플랫폼 개발에서는 삼성중공업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자율운항··· 미래 선박 기술 ‘퍼스트 무버’”

삼성중공업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선박의 쌍둥이를 가상공간에 만들어 실제 운항과 똑같은 조건에서 시뮬레이션한다. 이를 통해 고장 예측, 에너지 절감, 유지보수 최적화 등 혁신적 선박 관리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완전자율운항 선박 ‘SHIFT-Auto’의 실해역 실증에도 성공했다. 선원 개입 없이 자동 접이안, 자율운항, 정박까지 구현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중국 해양사도 자율운항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실증과 상용화 단계에서는 삼성중공업과 분명한 격차가 있다.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 VLAC. /사진=삼성중공업

친환경 연료·해상 SMR 이어 수소 연료전지 시장까지 선점

탄소중립 시대, 친환경 연료 기술은 조선사의 생존을 좌우한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해운업계의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암모니아 및 수소 연료 추진 선박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거제조선소에 암모니아 실증설비를 구축하고, 연료공급·재액화·배출저감 시스템의 연구개발, 실시간 누출 감지·경보, 독성 중화, 4족 보행 로봇 감시 등 스마트 안전체계를 확보했다.

특히 미국 아모지(Amogy)와의 협력을 통해 암모니아 분해 수소 생산 및 연료전지 적용 기술을 개발, 대형 선박에 최적화된 암모니아 파워팩을 상용화하고 있다. 이는 기존보다 100분의 1 수준으로 소형화된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해상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체 밸류체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삼성중공업은 암모니아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 등 해상 공급체계까지 개발하며 미래 친환경 연료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

나아가 해상 소형모듈원자로(CMSR) 등 미래 에너지 해양플랜트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는 원자력·해양플랜트·에너지 시스템 통합 등 복합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로, 중국 해양사는 아직 글로벌 실증 경험이 부족하다.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노르웨이 DNV 선급으로부터 액화수소 연료전지 추진 시스템의 인증을 획득,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등 다양한 연료전지 기술을 선박에 적용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중국 해양사가 아직 실증 및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분야로, 삼성중공업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의 핵심 차별점이다.

완전자율운항 선박 ‘SHIFT-Auto’ 실증·확장성

삼성중공업은 미션 수행 기반 완전자율운항 선박 ‘SHIFT-Auto’를 개발, 선원 개입 없이 자동 접이안, 자율운항, 정박까지 구현하는 기술을 실증하였다. 이 선박은 설계 단계부터 완전자율운항 기능이 탑재돼 장애물 회피, 음성기반 제어, 자동 항로 설정 등 다양한 자율운항 요소기술을 통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싱스 시스템을 선박에 적용, 데이터 신뢰성과 안전성을 강화했다. 기존 자율운항 선박이 제한적 실증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SHIFT-Auto는 실해역에서의 상용화 가능성, 기술 확장성, 글로벌 인증 등에서 독보적 우위를 보여준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풍력 보조 추진장치 LNG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공기저항저감·풍력추진 등 친환경 선박 설계 혁신

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공기저항저감장치(SAVER WIND), 풍력추진장치(WAPS) 등 첨단 친환경 선박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선박의 연비를 최대 6%까지 향상시키고, 악천후 시 화물 안전성을 보장한다. 현재 41척 이상의 선박에 적용 계약이 체결되었으며, 글로벌 선주들로부터 친환경·고효율 선박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딥러닝, 빅데이터 분석,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선박운항 솔루션(SVESSEL 2.0)’, 선박 내 장비 성능관리 및 예지보전 기능을 제공하는 ‘DT-SLM(Digital Twin-Ship Lifecycle Management)’ 등도 독자적으로 개발·상용화하고 있다. 이는 국제 환경규제 대응, 에너지 절감, 운항 효율 극대화 등에서 중국 해양사와의 기술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아울러 삼성중공업은 암모니아·수소 연료공급, 재액화, 스마트 안전체계 등 핵심 기자재를 국산화하며, 밸류체인 전체를 통합하는 역량을 갖췄다. 선박해양연구센터 등 연구개발(R&D) 조직을 통한 미래기술 개발, 산학·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이는 단기간에 모방할 수 없는 ‘진짜 초격차’의 기반이다.

“삼성중공업,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

중국 해양사는 대규모 생산능력과 가격경쟁력, 정부 지원 등에서 강점이 있지만, 삼성중공업이 쌓아온 원천기술, 글로벌 인증, 시스템 통합, 미래 에너지·디지털화 등 복합기술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벽이 있다. 삼성중공업의 ‘초격차’는 단순한 건조능력이나 가격이 아니라, 스마트십·디지털 트윈·자율운항·친환경 연료·해상 SMR·FLNG 표준모델 등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과 생태계 통합에서 비롯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지속적 R&D 투자, 글로벌 파트너십, 미래 에너지·디지털 신기술 선도, 턴키 프로젝트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중국 해양사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해양플랜트·선박 시장에서 초격차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