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3사, AI경쟁]② 마케팅·고객관리에 집중…현대백화점, AI 고도화 효과 '톡톡'

기술보다 활용이 핵심…현대백화점식 AI 전략의 차별화 포인트

2025-05-02     장은진 기자
직원들이 AI 시스템 '인사이트랩스'를 구동하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유통업계가 인공지능(AI) 도입 경쟁에 한창인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이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2020년부터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 산하에 DT추진실을 신설해 계열사들의 디지털 문화 조성과 '디지털 리터러시(이해도)' 수준 향상에 주력해왔다. 또한 ICT전문 계열사 현대퓨처넷 산하에 'AI 랩(LAB)'을 운영하며 AI 기술 고도화 및 대고객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마케팅과 고객관리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집중 도입하며 유통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별 업무 영역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전진배치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업무별 AI 솔루션 맞춤 적용…특정 기능 '극대화'

현대백화점은 AI 기술을 도입함에 있어 전사적 접근보다는 특정 업무 영역에 특화된 솔루션을 개발해 적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22년 12월 선보인 AI 챗봇 '젤뽀'는 고객 상담 영역에 특화된 서비스로, 2023년 3월부터 모바일앱, 홈페이지, 카카오톡 채널 등으로 확대됐다.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주차 정산, 주문 조회 등 생활 밀착형 정보를 24시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 '젤뽀'는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상담 업무의 효율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단순 반복 질의에 대한 응대를 자동화함으로써 상담원들이 보다 복잡한 고객 요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광고·마케팅 분야에서는 2023년 6월 업계 최초로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도입했다. 이어 AI 광고 디자이너 '원스텝'까지 선보이며 마케팅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임직원의 창의적 업무 부담을 경감시켰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그룹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루이스 도입 이후 마케팅 문구 작성에 투입되던 시간을 절반 가량 줄이고, 남는 시간을 기획업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현대백화점 판교점 1층 열린광장에서 시범 운영한 고객과 대화를 나누며 반응하는 소통형 인공지능(AI) 로봇 '스텔라V'. [사진=현대백화점 그룹]

고객 데이터 정밀 분석…AI 기반 타깃 마케팅 '효율성' 입증

현대백화점그룹은 고객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영역에 AI 기술을 집중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2023년 9월부터 본격 운영 중인 '인사이트 랩스(Insight LABS)'는 약 2년간 축적된 7만 건 이상의 고객 의견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실시간 컴플레인 대응에 활용한다. 이 시스템은 민감한 고객 불만을 AI가 감지해 담당자에게 즉시 알림을 보내고 해결 가이드까지 제시하는 일에 특화돼 있다. 실제로 해당 기술 도입 후 고객 불만 해결 시간이 평균 30% 단축되고 재발률도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이 특히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AI 기반 타깃 마케팅이다. 2024년 1월부터 신촌점에서 시범 운영 중인 'AI 데이터 마케팅 2.5'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AI 머신러닝을 통해 고객군별 공통 특징을 도출·분류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 프로젝트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마케팅의 결과 시범 운영 기간 동안 뷰티 카테고리 구매객의 객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하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마케팅 메시지의 클릭률이 일반 프로모션 메시지보다 2.5배 높게 나타나 개인화된 타깃 마케팅의 효과성을 입증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또한 VOC 접수 내용을 AI로 분석하고 처리하는 'AI VOC'와 법률·사회적 이슈 등을 AI가 분석해 광고 제작에 부적절한 언어와 사례 사용을 사전에 검수하는 'AI 리스크 관리 시스템' 등도 개발 중이다. 이 같은 고객 데이터 기반의 AI 시스템이 확대될수록 마케팅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가 동시에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략적 AI 도입으로 유통 혁신 가속화

업계 전문가는 현대백화점그룹이 AI 기술을 마케팅과 고객관리라는 특정 영역에 전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효율성과 성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접근 방식은 AI 기술을 전사적으로 도입하기보다 특정 업무 영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빠른 성과를 내는 전략이 특징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또한 현대백화점그룹의 AI 도입 사례가 기술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좋은 예라고 지적한다. 화려한 기술 도입보다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 개선이라는 목표에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접근법이 장기적으로 더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현대백화점그룹은 마케팅과 고객관리 영역에 AI 기술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며 유통 혁신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해냈다. 향후에도 롯데, 신세계 등 경쟁 유통기업들과의 AI 경쟁 속에서 현대백화점의 특화된 접근법이 어떤 차별화된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AX를 도입해 혁신석인 사업 모델 창출은 물론,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의사결정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 최적화를 구축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