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또 ‘ESG 공시 의무화’ 시기 결정 미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또는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시기를 차일피일 미뤄온 금융위원회가 이번에는 ‘경제 불확실성’과 외국 사례 등을 내세워 또 결정을 미뤘다.
금융위는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23층 대회의실에서 ‘ESG 금융추진단’ 제5차 회의를 개최했다. ESG 금융추진단은 ESG 공시 기준·일정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23년 2월 출범했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관투자자나 신용평가사 등 많은 투자자가 기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를 요구해 국내에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상호관세, 투자심리 악화 등 국내외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상존과 주요국의 공시 수준 조정 움직임 등을 고려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산업구조 특징을 고려할 때, 공시 기준과 로드맵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지속하되 주요국 동향을 좀 더 봐가며 결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유럽연합(EU)의 역외기업 공시 의무화 시기가 2029년인 점 등을 고려해, 최초 공시 시행 시기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래 금융위는 올해부터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었다. 이에 맞춰 한국회계기준원 내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지난해 4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했고, 연말까지 공시 기준과 로드맵을 확정·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3년 10월 금융위는 ESG 금융추진단 3차 회의에서 기업 측의 연기 요청, 주요국 상황 등을 이유로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에는 올해 상반기 중 공시 로드맵을 확정하겠다고 했으나 이날 회의에서는 로드맵 공개 시기조차 나오지 않았다.
ESG 금융추진단은 출범 첫 해 세 차례(2·4·10월) 회의를 열었으나 지난해에는 한 차례(4월)만 회의했다. 올해 처음인 이날 회의에서도 ESG금융추진단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에 대해 수렴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과 주요국 동향 정도를 논의하는 데 그쳤다.
이에 관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현 정부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최초 시점을 2029년(2028 회계연도)으로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정황에 우려를 표한다”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과 금융자본 조달 능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중대한 오판일 수 있다”고 논평했다.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ESG 공시 의무화를 ‘2029년’ ‘거래소 공시’로 도입하자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