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선택 아닌 생존"…건설사 불황 속에서도 기술투자 확대

건설업계 디지털전환 추진하며 경쟁력 확보 번역부터 안전관리·효율성 등 AI 저변 넓혀

2025-04-22     진경남 기자
건설업계가 AI를 중심으로 디지털전환을 위한 기술투자를 늘리면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챗GPT 생성

경기침체 장기화와 원가 부담 가중 속에서도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AI가 선택 사항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인식에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1778억6600만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전년 대비 8.28% 증가한 수치로, 매출 대비 비중도 1.06%로 0.02%포인트 늘었다. 현대건설은 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건설현장 Vision AI' 등 AI 기반 건설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R&D 지출을 736억5100만원에서 830억800만원으로 늘렸다. 매출 대비 비중은 0.63%에서 0.79%로 0.16%포인트 상승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IoT 기반의 ‘온도이력 추종 양생 시스템’을 개발하며 주목받았다.

GS건설 역시 R&D 투자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729억3900만원을 투자해 전년보다 1.31% 늘었고, 매출 대비 비중도 0.57%로 0.3%포인트 증가했다. GS건설은 AI를 활용한 콘크리트 품질 이상 감지, 드론 기반 현장 모니터링 등 신기술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이달 초 열린 임원 워크숍에서 "A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고 밝히며 AI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의 적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건설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이 수작업 중심에서 디지털 자동화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며 업계의 패러다임도 AI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AI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분야는 자동번역이다. GS건설은 외국인 근로자와의 소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AI 기반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를 개발했고, DL이앤씨는 업무소통 시스템 ‘어깨동무M’에 AI 자동번역을 도입했다.

업무 효율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은 모바일 현장 관리 시스템 '스마트 위(Smart WE)'를 개발해 종이 도면을 디지털로 전환했으며, GS건설은 시공 기준을 AI로 검색 가능한 '자이북'을 선보였다. 롯데건설도 AI 기반 단열 설계 검토 프로그램 '인스캐너' 특허를 출원했다.

글로벌 시장도 AI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전 세계 건설 AI 시장 규모가 2032년까지 226억8000만달러(약 32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24.5%에 달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AI가 건설사업의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는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며 "데이터 품질 확보와 보안 강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