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신재생에너지 병행"··· 에너지 정책 '탈 정치화'로 실용정책 부상
민주당, 원전·재생에너지 병행하는 '에너지믹스' 급물살 국민의힘도 전력 수급 필요한 재생에너지 지원 확대 논의
조기 대선 정국을 맞아,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에너지 정책이 '실용주의'로 바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탈(脫)원전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 원전 산업과 신재생에너지에 병행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역시 원전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지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양당 모두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난 에너지 정책 공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최근 원전 수명 연장 등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결합한 '에너지 믹스' 정책을 준비 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감(減)원전'을 주장했던 이 후보가 국가 전력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등을 내세우며 양 에너지원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강하게 추진했던 '탈원전' 기조에서 '에너지 믹스'를 통한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최근 AI 산업에 100조원 투자를 공언했다. AI 연산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기존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원전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당 차원에서도 기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와 과학기술혁신특위는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원전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그동안 당내 주류였던 탈원전 기조와 결이 다른 행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우리나라도 SMR(소형모듈원자로), MMR(초소형모듈원자로), 핵융합 등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원자력 생태계 재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정아 의원도 "SMR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당 차원의 정책 전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의힘도 기존의 원전 중심 정책이 아닌 재생에너지 지원 확대를 논의 중이다. 최근 당 기후대응특별위원회는 '기후 변화와 물가'를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열고 AI 기반 수요 예측, 에너지 저장 인프라 확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기존의 원전 중심 정책에서 재생에너지까지 포괄하는 정책 밸런스로 조정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르네상스'를 강조하며 원전 확대를 주요 에너지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부 재생에너지 축소 논란이 불거지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배척이 기후대응과 시장 다양성에 한계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의힘에서도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하자는 법안이 발의되며,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무탄소 전원 확대에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에너지업계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정권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출렁이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계와 재생에너지계가 대립했던 전례를 반복할 경우, 에너지 수급 안정성과 산업 성장 모두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은 정치 논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닌 과학과 경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산업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균형 있는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