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천문학적 투자··· 영풍 “규제 대응·문제 해결” vs 고려아연 “미래 가치 창출”
영풍, 환경개선에 4000억원 투자··· 환경오염 사후 대응 집중 고려아연, 환경 투자 점진적 확대··· 잠재적 위험 선제적 대응
영풍과 고려아연, 75년간 함께했던 두 기업이 경영권 분쟁으로 치열한 대립구도를 형성하면서 양사의 기업 가치와 미래 성장 방향성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로 떠오른 가운데, 영풍과 고려아연의 친환경 투자의 본질과 방향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풍의 환경 투자는 상당 부분 규제 대응과 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 지출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고려아연은 환경 투자를 비용이 아닌 미래 가치 창출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고 이를 기업의 장기 전략으로 삼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매년 약 1000억원 규모의 환경개선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125억원, 2024년 1043억원을 환경개선에 투자해, 누적 투자금액이 4426억원에 달한다.
이 투자의 상당 부분은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한 사후 대응 성격이 강하다. 특히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법 위반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80건, 2023년부터 2024년 8월까지도 13건에 달한다. 환경개선 투자금은 이러한 반복적인 환경 법규 위반에 따른 필수적 대응 비용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고려아연의 환경 투자는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두드러진다. 고려아연은 환경 관련 투자액을 2021년 114억원, 2022년 123억원, 2023년에는 396억원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현재의 환경 규제 대응을 넘어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명명된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사업이라는 세 가지 미래 성장동력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특히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송도에 2000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할 계획인 것은 환경 투자를 비용이 아닌 미래 가치 창출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사, 환경 문제 대응에 근본적 접근법 차이 발생
두 기업의 환경 문제 대응 방식에서도 근본적인 접근법의 차이가 드러난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황산가스 감지기 경보기능 스위치를 끄고 조업하다 적발돼 추가 조업정지 처분을 받는 등 환경 안전에 대한 부족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의 폰드장 관련 환경 위험을 선제적으로 인식하고 250억원을 투자해 공정액 관리 탱크를 건설하는 등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이는 위기가 발생한 후 대응하는 것이 아닌, 잠재적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미래지향적 환경 철학의 차이를 보여준다.
두 기업은 친환경 투자의 실효성을 평가하는데 있어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은 중요한 요소다. 이 측면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영풍의 환경개선 투자와 관련해 회계상 충당부채로 비용 처리한 규모는 667억원으로, 회사가 주장하는 1000억원과는 차이를 보인다. 일각에서는 영풍의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2020년부터 설정한 환경 개선 분야 충당부채가 총 3305억원으로, 연평균 661억원 규모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영풍은 “충당부채는 실제 사용한 비용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비용을 현재 시점에서 추정해 회계상 반영하는 항목일 뿐”이라며 “투자, 비용,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약 10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