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불똥 중국, 韓 가전시장 겨냥 ‘파상공세’

‘로보락’·‘샤오미’·TCL·메이디 등 한국 가전시장 진출 봇물 저가 인식 옛말 프리미엄 제품 대거 내놓아··· 삼성·LG전자 ‘긴장’

2025-04-15     신종모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수출길이 막힌 중국 가전기업들이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수출길이 막힌 중국 가전기업들이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미국 진출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이 가까운 한국 시장을 새로운 활로로 찾은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중국에 부과한 합계 관세율이 총 145%에 달한다고 밝혔다. 상호관세 125%에 앞서 중국산 펜타닐을 문제 삼아 부과한 20%를 더한 수치다. 이에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종전 84%에서 125%로 상향했다. 

중국 가전기업들은 미국 시장이 막히자 한국 시장을 새로운 타깃으로 삼았다. 자동차·IT·가전·소비재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한국 시장을 겨냥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최근 기세가 가장 두드러진 기업은 로봇청소기 제조사 ‘로보락’이다. 로보락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점유율 46.5%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IT 공룡 ‘샤오미’도 지난 1월 한국법인 '샤오미코리아'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스마트폰, 웨어러블뿐 아니라 TV, 로봇청소기 등 가전 시장 전반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TV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TCL은 2023년 11월 한국 법인을 설립했으며, 하이센스도 쿠팡에 입점해 TV를 판매하면서 사후관리(AS)까지 제공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28.7%), LG전자(16.5%)가 각각 1~2위, TCL(12.3%), 하이센스(9.7%)는 3~4위를 차지하며 바짝 추격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가전기업 메이디(Midea)가 롯데하이마트를 통해 한국 시장에 공식 상륙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전자레인지를 시작으로 국내 시장 반응에 따라 주방 가전제품은 물론 세탁기·냉장고 등 생활 가전제품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 ‘가성비’ 이어 ‘프리미엄’ 제품까지 노린다

그동안 중국산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낮은 품질’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과 달리 최근 중국 기업은 가성비에 기술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 발전 속도를 높이면서 ‘저가’임에도 품질을 앞세운 프리미엄 제품들을 선보이며 국내 가전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 기업들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 취약점으로 지적되던 AS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 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울러 쿠팡, 네이버 등 국내 주요 온라인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가전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 확대는 국내 기업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은 중국 가전업체들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협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그간 저가 물량 공세를 통해 시장의 점유율을 빼앗아 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국산 가정용 전자제품의 수입액은 49억7250만달러로, 같은 기간 한국이 세계에 수출한 가정용 전자제품(79억7469만 달러)의 62%에 달했다. 10년 전인 2015년(26억9213만 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에 삼성, LG는 기술 격차를 벌리며 점유율을 수성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중국이 인공지능(AI), 로봇 기술도 발 빠르게 모방하고 있는 데다 투자비용, 물류비 등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저가, 가성비 제품을 물론, 프리미엄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과의 기술 개발 수준도 비슷할 정도로 올라왔다”며 “로봇청소기, TV에 이어 가전도 중국 기업들에 충분히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저가 제품에 국한되었던 중국 제품의 이미지가 이제는 기술력과 품질로 무장한 강력한 경쟁자로 변모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차별화된 기술력과 서비스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