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제외 한국 등에 상호관세 90일 유예··· 철강·자동차 관세는 그대로
중국에 125% 대폭 인상, 한국 등 70개국에 90일간 10% 기본관세만 적용 철강·자동차 업계 ‘한숨’··· 반도체 등 산업계 ‘숨 고르기’ 유예 발표 직후 미국 증시도 들썩··· ‘매수 사이드카’ 발동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로 대폭 인상하고 한국을 포함한 70여 개국에는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고 보편관세 10%만 부과하기로 전격 발표했다.
이는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 불과 13시간 만에 관세 정책을 전격 수정한 것으로 중국에 대한 초고율 관세 부과와 한국에 대한 일시적 관세 완화라는 ‘당근과 채찍’ 전략인 셈이다.
전날 중국은 미국의 대 중국 104% 관세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에 대해 84% 관세 부과를 발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이와 같은 반응에 대한 추가 보복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다만 한국의 철강과 자동차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돼 해당 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세계 시장에 존경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미국에 보복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75개국 이상이 무역, 무역 장벽, 관세, 환율조작, 비관세 장벽 등의 주제에 대한 해법을 협상하기 위해 미국 대표에게 전화했고, 이들 국가는 어떤 방식으로도 미국에 보복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90일 유예 조치는 보복하지 않은 나라를 위한 것이며, 앞으로 1년 내 아니면 더 짧은 시간 안에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조치로 특히 자동차 산업의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수출이 최대 7.5%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대차그룹 등은 미국 현지 생산을 확보해 충격을 일부 상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과 가전처럼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업종은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생산비 상승과 판매가격 인상이 우려된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으로 인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해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어 양날의 검과 같은 상황이다.
반면 중국에 대한 초고율 관세 부과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90일의 유예 기간은 한국 기업들에 숨 고르기와 전략 수립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장기적인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 중이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이러한 협상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기업은 미국의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이나 인도 등 동남아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동하거나 검토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개장 직후 코스피200지수 5% 넘게 치솟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 직후 미국 증시도 들썩였다.
나스닥은 전장 대비 12.1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9.52%,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7.87% 급등했다. 나스닥 지수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 거래량은 약 300억 주로 사상 최대였다고 CNBC가 보도했다.
상호관세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애플과 테슬라 주가가 폭등했다. 애플은 15.33%, 테슬라는 22.60% 올랐다.
유가도 뛰었다. 뉴욕상업거래소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65% 폭등, 배럴당 62.3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편, 국내 증시도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소식에 10일 오전 급등 출발했다. 코스피 지수는 5%, 코스닥 지수도 4.5% 오르며 최근 하락분을 만회했다. 또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아침 9시 경 1446원 38원 급락했다.
이날 개장 직후 코스피200지수가 5% 넘게 치솟으면서 프로그램매매 매수 호가 효력이 정지되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장도 들썩였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에 비트코인 가격이 8% 급반등,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에 반응했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선 미 동부 시간 기준 오후 5시 44분 비트코인 1개 가격이 전날보다 8.33% 오른 8만 337달러(1억 2121만원)에 거래됐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도 비트코인 1개 당 가격은 10일 오전 8시 45분 기준, 24시간 전보다 5.5% 오른 1억 2164만원에 거래됐다.
이더리움도 빗썸에서 11.07% 오른 245만원에, 업비트에서는 10.9% 오른 245만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