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에 긴장하는 석유화학…정치 공백에 지원책도 표류

글로벌 수요 둔화에 교역 차질·정책 지연 등 '삼중고' 관세 본격화 시 불황 장기화 우려…"불확실성 커졌다"

2025-04-09     진경남 기자
미국의 관세 정책과 대선 정국 전환에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위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강화 여파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침체로 이미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교역 차질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 정치권이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며 예정됐던 정부의 지원 정책도 제때 집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전 거래일보다 3.78% 하락한 20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롯데케미칼은 3.2% 내린 5만4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금호석유화학(-2.52%)과 한화솔루션(-3.46%)도 약세를 보이며, 주요 석유화학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편·상호관세 정책으로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전체 수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약 43억 달러 규모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36.9%)에 비해서는 비중은 낮지만, 미국은 여전히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다만, 중국과 대만이 각각 34%, 32%의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유지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의 감산 움직임도 공급과잉 우려를 완화시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직접적인 관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가전 등 주요 산업이 전방위 관세 여파로 위축될 경우, 간접적인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게 판단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무역 분쟁 확산으로 수입 규제, 반덤핑 조사 등 교역 환경이 악화될 경우, 실물 경기가 둔화되고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지어 관세를 피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석유화학은 고정투자와 기술 집약 산업으로, 단일 생산단지 조성에 수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긴 건설 기간이 소요된다. 이미 일부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용도 변경이나 확장 등 새로운 투자는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정부는 이달 중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한 업계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이후 6월 3일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행정부 내에서도 대책 발표를 현 정부에서 진행할지, 차기 정부로 넘길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6월 말까지 지원책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대선 이후 새 정부의 내각 구성과 청문회 등으로 인해 하반기까지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급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