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바꾸는 기업⑧] "환아와 보호자의 동반자가 되고 싶다" 민들레마음

환아들의 그림으로 캐릭터·굿즈를 제작, 수익금으로 환아·가족 지원 상상 나라 그림 교실, 민들레키트 등 지원 사업 추진… 환아문제 해결에 진심

2025-04-04     임호동 기자
환아 작가가 만든 캐릭터를 활용한 민들레마음 로고. /민들레마음 제공

“아이가 아프면 그 부모님이 아프고, 한 마을이 아프고, 사회가 아픕니다. 아픈 아이들을 위해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20대에 자신의 소명을 찾았다는 송유린 민들레마음 대표가 전한 말이다. 민들레마음은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들이 그린 그림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키링, 스티커 등으로 제작해 판매 한 수익을 환아와 환아 가족, 유가족 지원에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민들레마음은 약 13명의 국내 환아들과 이를 케어하고 있는 가족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개선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꿈 많던 대학생, 봉사활동에서 소명을 찾다

환아들의 그림을 통해 캐릭터와 굿즈를 제작 판매해 수익을 환아와 가족들의 지원에 활용하고 있는 민들레마음. 사진은 민들레마음의 '상상나라 그림교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환아와 소통하고 있는 송유린 민들레마음 대표. /민들레마음 제공

“2018년, 대학생이던 나는 대학생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 싶었다. 그중 하나가 봉사활동이었다. 졸업하면 봉사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평생 할 봉사활동을 대학생때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송유린 민들레마음 대표가 대학생의 로망을 이루기 위해 지원한 어린이 병원 봉사활동이 트리거가 됐다. 어린이 병원에 입원한 환아들과 놀아주는 봉사활동을 매주 2시간씩 꾸준히 진행한 송 대표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들어왔다고 한다.

송 대표는 해외 유명인이나 부자들이 한국을 찾아 의료 서비스를 받고 간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나라는 의료 선진국이라고 생각했으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환아와 보호자들의 삶의 질이 매우 열악하고 지원의 사각지대가 있음을 알게됐다고 했다.  

실제 중증환아의 경우 입원을 하게 되면 보호자가 동반 입원을 할 수 밖에 없다. 6인실에 12명이 상주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환아의 케어에 보호자가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 문제는 물론 보호자의 건강 문제도 동반된다.

이러한 문제를 직접 목격한 송 대표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뜻이 있는 학생들과 창업동아리를 만들었다. 이 창업동아리가 바로 ‘민들레마음’이었다.

송 대표는 “소아의료권 문제는 장기적으로 볼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봉사나 캠페인이 아니라 창업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환아가 작가가 되고, 그들의 그림이 캐릭터가 되다

환아의 그림을 토대로 민들레마음이 제작한 캐릭터와 굿즈. /사진=임호동 기자

좁은 동아리방에서 출범한 민들레마음은 수익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 민들레마음은 2가지 원칙을 명확히 했다. 첫 번째는 ‘환아들이 겪는 아픔과 불편함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아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과 밝은 이미지를 활용하자’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환아들이 문제해결에 직접 참여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송 대표는 “생각보다 심각한 질병과 싸우고 있는 환아들이 많다. 수익 모델을 찾기 힘들었다. 그래도 수혜자의 아픔을 자극적으로 활용해 후원을 요청하는 ‘빈곤 포르노’는 싫었다”며 “환아들도 분명이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다른 이들보다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원칙을 정하니 수익 모델이 보였다”고 전했다.

그 원칙에 부합하는 것은 환아들의 그림이었다. 환아들의 그림에는 어른들이 갖지 못한 순수성과 발랄함이 있었다고. 민들레마음은 환아들의 그림을 캐릭터로 만들고 캐릭터는 키링, 스티커, 이모티콘 등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굿즈를 판매한 수익을 환아와 보호자들을 돕는데 환원한다는 민들레마음의 선한 의도가 합쳐져 수익모델이 됐다.

대학생들의 창업동아리로 시작한 민들레마음은 6년여가 지난 지금도 해당 수익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로 선한마음을 응원하는 소비자와 B2C(기업과 개인간의 거래)로 이뤄지던 민들레마음의 수익구조는 몇몇 기업들이 함께하며, B2B(기업간 거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카카오의 경우 이러한 민들레마음의 선한 영향력을 함께하고자 ‘선물하기’ 등을 통해 민들레마음의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목우촌의 경우 캐릭터 콜라보를 함께 추진하며 환아 작가들의 그림이 들어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송 대표는 “봉사활동으로 느낀 부분에서 시작해 창업동아리, 그리고 현재까지 오기까지는 많은 분들의 공감과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며 “개인 고객들이 환아 지원이라는 선한 의도에 동참을 해주셨고, 이제는 일부 큰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주고 계시는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 "환아와 보호자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소명 이어갈 것"

민들레마음의 대표적인 지원사업 '상상나라 그림교실'. 그림을 그려준 환아들에게 제공되는 캐릭터 키링, 상장, 명함의 모습. /민들레마음 제공

이와 함께 민들레마음은 환아와 환아 보호자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방향성도 유지하고 있다. 민들레마음은 수익의 50%를 환아와 환아 보호자를 지원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민들레마음이 환아와 보호자를 위해 펼치는 활동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사업은 ‘상상나라 그림교실’이다. 해당 사업은 환아들로부터 작품과 사연을 받고, 이를 캐릭터로 제작해 키링, 명함, 상장을 전달하는 사업이다.

송 대표는 “명함은 환아들을 작가로 명명한 명함으로, 환아들이 명함을 받으면 매우 기뻐하며 의료진이나 가족들에게 자랑하듯 뿌리고 다난다”며 “상장은 아이들보다 부모님이 좋아하신다. 환아들은 대부분 학교를 가지 못하기 때문에 상장을 받고 눈물을 흘리시는 부모님도 계신다”고 설명했다.

민들레마음이 제작 배포하는 환아용 놀이감 '민들레 키트'. /민들레마음 제공

또한 민들레마음은 병동에서 환아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민들레 키트’를 제작‧배포하고 있다. 해당 키트는 칼이나 가위가 필요없는 키트로 환아들이 스스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놀이감으로 구성돼 있다.

송 대표는 “병원에 있어보면 아이들이 가지고 놀 거리가 없어 만들게 됐다”며 “환아들을 위해 만들었는데 환아들이 놀이에 집중하면서 보호자들이 수납 등 간단한 일처리를 할 시간을 벌어주고, 의료진이 주사 등 의료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사별한 환아 보호자를 위해 제공하는 ‘레거시’가 있다. 유가족이 요청하면 환아의 손발 도장과 오르골 등으로 구성된 위로품을 만들어 전달한다. 유가족들이 보다 원만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위로하기 위해 만든 물품이다.

이러한 활동에도 민들레마음은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민들레마음은 보호자 식대 문제, 환아의 사회적응(학교생활) 문제, 간이침대 사용으로 인한 보호자 허리통증, 환아 형제자매를 위한 정서 교육 등 환아와 가족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심도 있게 해결하기 위한 ‘민마(민들레 마음) 문제집’을 만들고 이러한 문제해결에 함께할 기업이나 방법을 찾고자 한다.

송 대표는 “민들레마음을 시작할 때 성공이나 실패를 따지지 않았다.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미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며 “평생 아픈 아이들의 행복과 환아를 케어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함께 하는 시너지를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