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조기업 60%, 美 상호관세 영향··· ‘배터리·자동차’ 직격탄

대한상의, 2107개사 대상 조사··· 부품·원자재 납품 기업 비중 높아 '친환경 핵심' 배터리 위축 우려 “정부 차원 지원책과 기업 자체적인 대응 능력 강화 시급”

2025-04-01     신종모
전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폭탄을 예고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I 생성 이미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 제조기업 10곳 중 6곳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관세 부담이 최대 20%까지 늘어날 수 있어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제조업체 21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 제조기업의 美 관세 영향을 조사한 결과 국내 제조기업의 60.3%가 트럼프 관세 정책의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14.0%가 ’직접 영향권‘에, 46.3%가 ’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응답했다. 

관세 부과로 타격을 입는 기업으로는 미국 수출기업에 부품·원자재를 납품하는 기업(24.3%)과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기업(21.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제3국 수출 및 내수기업(17.9%), 미국에 부품·원자재를 수출하는 기업(14.2%), 중국에 부품·원자재를 수출하는 기업(13.8%)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등 다른 국가를 경유하는 수출기업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됨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다음 달 3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배터리·자동차·반도체 등 최대 피해 전망

직·간접 영향권에 속한 업종은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반도체(69.6%), 의료정밀(69.2%), 전기장비(67.2%), 기계·장비(66.3%), 전자·통신(65.4%) 등의 순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지난해 전체 수출 중 미국의 비중이 46%를 차지했으며, 멕시코 등 타국 생산공장에서 수출하는 물량까지 감안하면 약 70만~90만 대의 물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철강은 수출 물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9~10%로 자동차에 비해 낮지만, 미국 시장가격이 높아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시장으로 평가돼 왔다. 이 때문에 관세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의 경우 미국 정부가 반도체에 최소 25%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상호관세까지 추가되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반도체의 대미 수출 비중은 비교적 적지만, 여러 국가를 경유해 제조되는 특성상 상호관세 적용 범위와 기준에 따라 관세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업종별 관세 영향. /자료=대한상의

한국 기업들은 상호관세로 인해 △납품물량 감소(47.2%) △고율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24.0%) △미국시장 내 가격경쟁력 하락(11.4%) △부품·원자재 조달망 조정(10.1%) △납품단가 하락(6.2%) 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응은 아직 제한적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 수준을 묻는 질문에 ’동향 모니터링 중‘(45.5%)이거나 ’생산코스트 절감 등 자체 대응책을 모색 중‘(29.0%)인 기업이 74.5%에 달했다. 근본적인 대응책으로 ’현지생산이나 시장 다각화 등을 모색 중‘인 기업은 3.9%에 그쳤고, ’대응계획 없다‘고 응답한 기업도 20.8%나 됐다. 

특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 같은 중소기업들의 대응계획이 부족한 상황이다. 영향권에 있는 중소기업 4곳 중 1곳은 ’대응계획이 없다‘(24.2%)고 답했다. ’생산코스트 절감‘이나 ’관세회피 대응책‘을 마련 중인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 기업 중 제조업 분야는 광범위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장기적으로는 생산기지 다변화와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한 리스크 분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소부장 분야 중소기업들은 관세 충격에 더욱 취약할 수 있으므로, 정부 차원의 지원책과 함께 기업들의 자체적인 대응 능력 강화가 시급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고려해 한국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