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 다가오자 들썩인 정치 테마주… '단타장'에 개미만 몰린다
이재명·홍준표·조국 관련주 연일 급등…과거 대선 때와 닮은꼴 순환매 심리 확산…전문가 '투자자 피해 반복될 것' 경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주들이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 리스크가 시장을 흔들면서 테마주 장세가 재현되는 모습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8분 기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테마주가 일제히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종목은 이스타코(015020)로, 전 거래일보다 454원(29.99%) 상승한 1968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어 오리엔트정공(065500)은 3010원(29.92%) 오른 1만307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동신건설(025950)도 1만4000원(29.79%) 상승한 6만1000원을 기록 중이다.
형지I&C(011980)는 전 거래일보다 482원(29.70%) 오른 2105원, 오리엔트바이오(002630)는 471원(29.73%) 상승한 2055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또 다른 이재명 테마주인 에이텍(045660) 역시 8450원(29.49%) 오른 3만7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형지엘리트(093240)는 전 거래일 대비 745원(29.86%) 오른 32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정치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치 테마주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둘러싼 논란과 조기 대선 가능성, 주요 정치인 수사 등 정치인 리스크가 부각되자, 관련주에 대한 단기 매매 심리가 자극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특정 정치인의 테마주가 급등하면, 다른 정치인 관련 종목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며 상승세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뿐 아니라 홍준표 대구시장,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주요 정치인과 연관된 종목들이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테마주인 오리엔트정공은 이 대표가 청소년 시절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관련주로 분류돼왔다. 지난 3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오리엔트정공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틀간 57% 상승했다.
동신건설은 본사가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이고 있다. 이 종목 또한 같은 기간 주가가 40.3% 상승했다. 홍준표 테마주인 파인테크닉스(106240)은 이 대표 무죄 선고 당일 같이 주가가 폭등한 건 아니지만, 며칠의 시차를 두고 불씨가 번진 것으로 분석된다.
파인테크닉스와 화천기계(010660)는 각각 홍준표 대구시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연관성으로 정치 테마주로 분류돼 있다. 파인테크닉스는 대표이사인 홍성천 사장이 홍 시장과 같은 남양 홍씨라는 이유로, 화천기계는 전직 감사가 조 전 장관과 미국 유학 시절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관련주로 묶였다.
이들 종목은 이재명 테마주가 급등한 직후 곧바로 상한가를 기록하진 않았지만, 이 대표 무죄 선고 이후 시장 내 순환매 심리가 확산되며 며칠 뒤 동반 상승했다. 실제로 화천기계는 지난달 26일과 27일 연속으로 주가가 급등했고, 파인테크닉스 역시 이재명 테마주 상승 흐름 직후 거래대금이 폭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흐름을 보인 것은 이날뿐만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 간 이스타코 주식은 개인 투자자가 46만주(약 6억9400만 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48만주(약 7억3900만원)를 순매도했다. 기관 역시 매수 우위였지만 규모는 미미했다.
같은 기간 오리엔트정공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개인 투자자가 110만주(약 58억원)를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36만주(약 71억원)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소폭 매도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수급 흐름이 "정치 테마주 장세가 개인 투자자 주도로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대선 때마다 정치 테마주로 인한 투자자 피해 사례는 반복돼 왔다.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테마주로 꼽혔던 NE능률(053290)은 선거 직전 1만3500원대까지 주가가 급등했지만, 대선 종료 후 석 달 만에 7000원대까지 반토막났다. 덕성(004830), 웅진(016880) 등 다른 윤석열 테마주도 대선 전후로 급등락을 반복하며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주로 분류됐던 이스타코, 오리엔트정공 등도 대선 직전 테마 장세에 힘입어 급등했다가, 선거 패배 직후 30~50% 가까이 주가가 하락한 바 있다.
2017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관련주로 분류됐던 메타케어(前우리들휴브레인, 118000), 안철수 전 후보 테마주인 안랩(053800), 홍준표 대구시장 테마주로 묶였던 서연(053800) 등이 대선 직후 줄줄이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 테마주 특유의 고위험 구조를 경고하고 있다. 정치 테마주의 특징은 △기업 실적이나 펀더멘털과 무관한 급등락 △특정 정치인과의 학연·지연 ·인맥 등으로 억지로 엮인 경우가 많고 △주가 급등 후 대선 등 이벤트가 종료되면 급락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치 테마주 급등은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정치적 이벤트와 시장 내 투기 심리가 맞물려 형성된 단기 장세”라며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 흐름에 뒤늦게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잠깐의 정치 이벤트가 끝난 뒤 급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