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사, 차세대 '46파이 원통형' 시장 선점 한판 승부

삼성SDI, 국내 최초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 돌입 전기차 고객사 확보 완료한 LG엔솔, 양산도 초읽기

2025-04-01     임호동 기자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지름 46mm(46파이) 원통형 배터리를 두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SDI vs LG엔솔… ‘차세대 배터리’ 46파이 주도권 경쟁 본격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지름 46mm(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개발과 양산을 향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존 원통형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한 46파이 배터리는 향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기술로 평가받는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18650(지름 18mm, 높이 65mm), 21700(지름 21mm, 높이 70mm) 배터리보다 크기가 2배 이상이다. 에너지 밀도는 10% 증가했고,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아졌다. 이로 인해 배터리 연결 개수를 줄여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4680(지름 46mm, 높이 80mm) 배터리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기술 리더십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치고 나간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이미 테슬라용 4680 배터리 개발을 완료해 8월 양산하려고 했다. 하지만 테슬라측의 일정에 차질이 생겨 올해로 미뤄졌다.

LG에네지솔루션의 테슬라 공급이 주춤하는 사이, 삼성SDI는 지난 31일 베트남 법인에서 4695(지름 46mm, 높이 95mm) 배터리 모듈 출하식을 열고, 국내 업체 중 최초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해당 배터리 셀은 천안사업장에서 생산한다. 이를 베트남 공장에서 모듈로 조립해 미국의 마이크로모빌리티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의 양산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1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천안사업장의 노하우와 삼성SDI의 기술력이 결합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는 이번 배터리에 △고용량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독자 특허 소재인 SNC(Silicon Carbon Nanocomposite) 음극재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팽창(스웰링) 현상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와 수명을 향상시켰다. 또한, 전극 끝부분을 여러 개의 탭으로 만들어 전류 경로를 확장하는 ‘탭리스(Tabless)’ 기술을 도입해 내부 저항을 90%가량 낮추고 출력을 높였다.

삼성SDI가 현재 생산하는 46파이 배터리는 전기 오토바이,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 등 소형 이동수단에 우선 적용된다. 하지만 다양한 전기차 제조사와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며,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시장에서 한발 앞서나가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강점을 바탕으로 46파이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680 배터리 개발을 이미 완료했다. 충북 오창공장에 5800억원을 투자해 양산을 준비해왔다. 

삼성SDI가 46파이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지만, 아직 전기차용 고객사는 없는 상태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 벤츠, 리비안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주요 고객사와 연 10GWh 규모의 46시리즈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며 현재까지 4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46파이 배터리 시장, 연평균 33% 성장 전망

업계에서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도입을 확대하면서 배터리 제조사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시장 규모는 올해 155GWh에서 2030년 650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수요 정체(케즘)를 겪고 있지만, 전기차 전환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며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