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빅4 올해 경영 키포인트는 '안정'

시설투자 축소 및 재무구조 개선 등 리스크 관리 나서 상반기 정부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방안' 실행안 주목

2025-03-27     진경남 기자
올해 석유화학 4사가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가운데 재무구조 개편 및 사업 효율화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업계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변화 대신 안정을 선택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무리한 신사업 확장 대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며 올해 상반기 예정된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방안' 등 지원책이 나오기 전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7일 국내 석유화학 4사(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가 정기주총을 가진 가운데 석화 4사 모두 신사업 확장 대신 기존 전략을 유지하도록 방향성을 잡았다. 석유화학 공급 과잉으로 수요 물량이 크게 부진하자 사업 운영 효율화 및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보릿고개를 넘길 계획이다.

◇ 신사업 확장 대신 질적 성장으로 사업 효율화

LG화학은 올해 3대 신성장동력(전지 소재·친환경 소재·신약) 내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성과 중심 연구개발(R&D)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기존 R&D 과제 재정비와 신규 과제 발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올해 시설투자(케펙스·CAPEX)에 대해 "2조5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 정도로 사업 계획은 해 놓았지만, 여러 우선순위를 고려해 1조원 이상 줄이려고 한다"며 "현금 흐름이 너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재무건전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캐펙스를 앞서 제시한 4조원대에서 2조~3조원대로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9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63.75% 줄어들고 석유화학 부문도 적자를 내면서 자금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매각설 등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에 대해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여수 NCC 2공장 매각에 대해서도 "여러 옵션을 같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도 고부가 사업 구조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현금 흐름 중심으로 경영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도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재편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석유화학 불황 여파로 작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며 에셋 라이트(자산 경량화) 전략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과 사업 구조 재편에 힘쓰고 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는 "지속적이고 본원적인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적자 사업은 과감한 운영 축소와 조정 등을 실시해 사업 구조 전환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회사의 3대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사업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석유화학산업의 위기가 이어짐에 따라 선제적 사업 체질을 개선을 통한 리스크 관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전사적 원가 절감과 위기관리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며 같은 업계 경쟁사들과 비교해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 산업 불황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석화 4사 중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며 주주친화적 정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무배당을 이어가던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주주환원정책을 변경해 배당을 확대했다.

남정운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대표는 "지난해 실적 변동에 따라 이익잉여금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해 배당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는 다시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LG화학 제공

◇ 상반기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방안 주목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상반기 예정된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화학산업협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신학철 부회장은 "R&D, 세제 혜택이나 기술 개발 쪽 국책 과제를 통해 협조하는 방안 등을 화학산업협회를 통해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후속 조치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부 지원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만든 석화산업 위기극복 긴급과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23일 제출했다. 과제는 △원가 부담·과세 완화 △경영환경 개선 △고부가·저탄소 전환 등 3개 분야에서 13건이 도출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범용품 중심의 수출 의존형 성장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석유화학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재편이 시급하므로, 관련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의요구권이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