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조카의 난' 마무리…경쟁력 강화 집중
박철완 전 상무 주주제안 없어 분쟁 4년 만에 마무리 수순 이사진 안정화 및 미래 먹거리 투자 강화하며 경쟁력 제고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 '조카의 난'이 사실상 종결됐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대립했던 박철완 전 상무가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가 찍혔다. 회사는 이사회 안정화를 통해 본업에 집중하고 사업 경쟁력을 높여 빠르게 석유화학 업황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 4년 동안 이어온 조카의 난 마침표
2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오늘 25일 정기 주총에서 박준경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을 처리한다.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은 없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7일 박철완 전 상무와 공동 보유 계약과 특별관계를 해소했다.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 논란이 불거진 것은 2021년 1월부터다. 박 전 상무는 금호그룹 3대 회장인 고(故)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로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9.5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지난 2021년부터 박 회장과 경영권 갈등을 빚으면서 이른바 '조카의 난'을 일으켰다.
박 전 상무는 당시 주총에서 자신을 사내이사 선임하고 측근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직접 제안하며 박 회장과 대립했다.
이후 지난해 2월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특별관계를 맺었다. 박 전 상무는 주주권리를 차파트너스에 위임하고 자사주 소각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및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내세우며 안건 통과에 힘썼다.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승계 절차에 반발하며 분쟁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경영권 분쟁도 실패로 돌아갔다.
올해도 박 전 상무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공동보유 계약을 해지하며 특별관계를 해소하며 주주제안을 내놓지 않았다. 올해 주총에 상정된 안건 모두 현 이사진이 제안한 것이다. 4년을 끌어온 '조카의 난'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박 전 상무가 지분율을 고려하면 힘이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현 경영진 지분은 △박찬구 회장 7.46% △박준경 사장 7.99% △박주형 부사장 1.15%다. 단일 주주 기준 최대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8.92%)도 매년 현 경영진 손을 들어줬다. 박 전 상무의 지분은 9.51%로 집계됐다.
◇ 이사진 안정화 통해 내실 다져…미래 먹거리 투자 지속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진 안정화에 나서며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1명을 대신해 민세진 동국대 교수를 신규로 선임한다. 오는 7월 임기가 끝나는 후보 3인에도 정기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안건이 통과할 경우 2028년까지 임기가 연장된다.
주총 안건이 모두 통과하면 금호석유화학 이사진은 정원을 모두 채운 10명이다. 이들 중 최소 임기는 오는 2027년 3월이다. 2년 동안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박 전 상무 측의 이사회 진입은 불가능하다. 경영권 분쟁이 종식됐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금호석유화학은 안정화된 이사진을 바탕으로 경영 안정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이 7조1550억원으로 13.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7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최근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시황 악화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업계는 금호석유화학이 경영권 분쟁을 종결하고 실적 개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1분기 800억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시장전망치(약 74억원)을 크게 웃도는 등 전분기 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 측은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를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스페셜티 사업으로 선방했지만 석유화학 시장 변화에 맞춰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과 바이오·지속가능 소재 확대 등으로 위기를 타개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