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vs 고려아연 다시 원점… 여론전 다시 불붙는다

재판부, 영풍‧MBK 측의 고려아연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일부 인용 집중투표제 제외 나머지 의안 결의 효력 정지… 양 측 갈등 고조

2025-03-09     임호동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장기간 분쟁을 겪고 있는 영풍과 고려아연. /각 사 제공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지난 7일 영풍‧MBK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이날 재판부은 지난 1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결된 의안 중 집중 투표제 도입만 효력을 유지하고, 나머지 의안 결의에 대해 모두 효력을 정지했다.

이로써 1월 임시 주총에서 가결된 의안 중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외한 이사 수 상한 설정, 액면분할,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의 의안은 효력을 잃게 됐다.

또한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 전날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호주 제한’을 조치한 건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이용해 영풍의 지분 10% 이상을 취득하게 하면서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바 있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 10% 이상을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진다. 이를 활용해 고려아연 측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MBK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SMC가 상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가 아니라 유한 회사의 성격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영풍‧MBK측의 상호주 제한 효력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판단으로 1월 개최된 고려아연 주주총회의 결의 대부분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영풍‧MBK와 고려아연은 여론전을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영풍‧MBK는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7일 법원의 가처분 판결로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 대부분에 대해 효력을 정지시킴에 따라,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 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이상 확보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며 “집중투표제로 인해 주총을 거듭하면 할 수록 최대주주인 영풍·MBK 파트너스 측 선임 이사수가 늘 2대 주주인 최윤범 회장 측 선임 이사수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MBK가 인수했던 홈플러스, 네파, 영화 엔지니어링 등의 경영이 악화됐다는 점을 꼬집으며 MBK의 경영 능력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 노조는 “MBK는 인력 감축과 투자 축소 후 회사의 단기적 가치만 높여 외국 자본에 매각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노동자의 삶의 터전과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적대적 공개매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영풍은 지난 7일 유한회사 ‘와이씨피’를 신규 설립하고.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전량(526만 2450주, 25.4%)를 현물 출자했다. 고려아연 측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를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영풍의 현물 출자로 영풍의 순환출자 고리는 ‘영풍→와이피씨→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C→영풍’으로 형성된다. 다만 와이피씨가 유한회사라 순환출자로 인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무력화된다. 재판부가 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제한을 부당하다 판단했지만, 영풍은 의결권 제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린 셈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의 조치에 대해 “영풍이 총 자산의 70.52%, 자기 자본 대비 91.68%에 달하는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주주총회 의결도 없이 현물 출자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상법에 따르면 회사가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의 양도 행위를 하는 것은 주주의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특별 결의사항으로, 주주총회 없이 이를 실행한 영풍 이사회와 경영전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풍‧MBK 측은 “영풍은 기존 제련 사업 등 본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고려아연 주식은 영업이 아닌 관계기업 투자지분이기 때문에 그 처분에 특별결의가 필요하지 않다”며 “계열회사 간 주식양수도는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신고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사항으로,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최윤범 회장측은 사실을 왜곡하며 영풍의 정당한 결정을 부당하게 매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영풍‧MBK 측은 “오히려 먼저 불법 적인 순환출자 구조로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며 불법을 저지른 것은 고려아연으로, 현물 출자의 적법성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최윤범 회장은 지금이라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의 지배구조 개선 조치에 대해 협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