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바꾸는 기업③]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행복만 고민하는 러블리페이퍼

2025-03-03     임호동 기자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여러 요인이 얽혀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 과거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체는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는 사회적 가치가 곧 기업의 이익과 이어진다는 사명감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는 러블리페이퍼. /러블리페이퍼 제공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회문제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비영리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러블리페이퍼’다.

러블리페이퍼는 빈곤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모색·실현하며, 폐지 수거 어르신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정서적·제도적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2년 전 거리에서 박스를 머리와 허리에 이고 지고 위태롭게 길을 가는 어르신을 뵙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는 러블리페이퍼를 시작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대안학교의 교사였던 기 대표는 그 어르신의 모습을 보고 어르신들이 왜 폐지를 줍게 됐고 위험에 노출됐는지, 저 일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지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기 대표는 눈으로 목격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다. 폐지 수거 어르신들이 보다 나은 보상을 받고,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러블리페이퍼’를 출범시킨 것이다.

러블리페이퍼의 페이퍼캔버스아트 사업과 정기구독자들의 모습.. /러블리페이퍼 제공

러블리페이퍼는 어르신들의 폐지를 더 비싸게 매입하고, 폐지를 업사이클링해 페이퍼캔버스를 만들어 작가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페이퍼캔버스 아트’ 사업을 추진했다. 시중 kg당 50원에 불과한 폐지를 kg 300원에 매입하고 있으며, 작품 판매 수익금 일부를 폐지수거 어르신들의 노동, 안전, 생활, 여가 등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기 대표는 “어르신들을 위한다는 진정성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면서 사업이 주목을 받았다”며 “사회문제 해결과 선한 영향력에 대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선한 의도에 동참하려는 개인들과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수익까지 창출됐고, 그 수익을 어르신들의 상황을 바꾸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 매우 바쁘면서도 뿌듯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선한 의도를 기반으로 2016년도부터 시작된 러블리페이퍼의 페이퍼캔버스 사업은 러블리페이퍼를 대표하는 사업이 됐다. 실제 해당 사업은 폐지수거 어르신들에게 보다 나은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고, 폐지를 업사이클링해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해당 사업은 페이퍼 캔버스 아트 작품을 개인이 구매하는 B2C(기업과 개인간 거래)를 시작으로, 기업 임직원들이 구매하는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작품을 구매하거나 업사이클링 활동을 경험하는 B2G(기업과 정부간 거래)까지 이어졌다. 이를 통해 러블리페이퍼는 10명의 어르신을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냈다.

하지만 기 대표는 이러한 성과가 전국에 있는 폐지수거 어르신들을 모두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계속 이어져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특히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선한 의도를 위축시켰고, 페이퍼캔버스 아트 사업도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러블리페이퍼의 종이가죽으로 만든 제품. /러블리페이퍼

기 대표는 “선한 영향력에만 기대서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며 “비대면 문화가 이어짐에 따라 보다 나은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러블리페이퍼는 그동안 쌓아온 업사이클링 능력에 주목했다. 버려지는 쌀포대를 종이가죽으로 만들고, 이를 카드지갑, 파우치 등으로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쌀포대는 양질의 종이 펄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었다. 러블리페이퍼는 이에 주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러블리페이퍼의 종이가죽 사업에는 학교, 기업 등도 폐쌀포대를 기증하며 동참하고 있다. 수익금은 당연 어르신들의 상황 개선에 사용되고 있다.

인천시에 위치한 제1호 자원활동가 지원센터. /사진=임호동 기자

이러한 사업으로 폐지수거 어르신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러블리페이퍼는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2024년 12월 비영리스타트업으로 다시 출범했다. 러블리페이퍼는 기존의 사업과 함께 '자원재생활동가 지원센터' 건립 및 후원을 통해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기 대표는 “전국에 수많은 자원재생활동가 분들이 계시고, 이분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하나의 기업의 역량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러블리페이퍼, 지방정부, 지역 기업들의 역량을 모아 어르신들을 후원할 거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5년 안에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의 도시에 거점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보다 나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경량 손수레, 안전복 등 안전 장비 지원 ▲어르신들의 정서, 여가 지원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 대표는 “사회적 문제는 하나의 기업이 완벽하게 해결하기란 어렵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폐지수거 어르신들이 위험과 빈곤에서 벗어나고, 보다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