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삼성생명법’ 발의… “삼성 울타리 뒤흔드는 법안” 지적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지배구조 흔들릴 수도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또 다시 발의되면서 삼성전자 지분을 둘러싼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7일 보험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 가치를 취득 당시가 아닌 현재 가격(시가)으로 평가하고 보유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계열사 지분 보유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한다는 내용은 현행법과 동일하면서도 ‘시가’로 주식 가치를 평가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20조원가량을 처분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 8.44%를 보유하고 있는데, 취득 당시 가격으로는 약 5401억원이지만 시가로 평가하면 18일 종가 기준 28조669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9조8000억원인데, 시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보유 지분이 총자산의 9%가 돼 3%를 넘어가게 된다. 개정안에 따라 보유 지분을 3%로 제한할 경우 9조5940억원의 주식만을 보유할 수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의 주식 29조가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20조에 가까운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 감독규정은 총자산에 대해서는 ‘시가’를, 주식보유액은 ‘취득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차규근 의원 측은 “모든 유가증권을 평가할 때 시가를 반영하고 있는데 보험회사만 예외적으로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또한 현행 보험업법은 주식의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우 자산운용비율이 왜곡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시가 기준에 따라 대량 처분하게 되면 삼성그룹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이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 8.44%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지분 19.3% △이 회장이 삼성물산의 지분 19.9%를 소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삼성생명이 20조가량의 주식을 처분하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외국계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매입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지배구조가 변경되면 삼성이 ‘주인 없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그룹의 승계 문제 이런 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배구조가 약화하게 되면 삼성이라는 울타리가 흔들릴 수 있다”며 “사실상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최대주주에 변동이 생기면 경영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