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퇴직 공무원, ‘자립 준비 청년’의 멘토가 되자
자립준비청년의 현실, 심리·정서적 지원이 절실한 이유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을 의미하며, 매년 약 2500여명이 배출된다.
현재 지자체별로 최소 500만원의 자립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가 협의하여 이를 상향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세종시는 500만 원, 경기도는 2년에 걸쳐 1500만원, 서울시는 1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보호종료아동 약 1만2,081명(2023년 기준)을 대상으로 매월 40만원의 자립수당을 5년간 지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동발달지원계좌(디딤씨앗통장) 사업을 운영하여, 저소득층 아동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가 만 18세 미만 아동의 저축액과 동일한 금액을 매칭해 적립한 뒤, 만 18세 이후 자립 및 사회 진출 시 자립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호 종료 5년 이내 평균 기초생활 수급률은 36.1%이며, 자립준비청년 4명 중 1명 정도가 평균 605만원의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정서 측면에서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일반 청년보다 3배 높은 50%이며,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거나 조언을 구할 어른의 부재 등 사회적 지지체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독립’이지만 그들에게는 두렵고 막막한 ‘자립’이다. 이들은 ‘외로움’ ‘고립감’을 가장 힘들다고 토로 한다. 따라서 이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 영역에서 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된다.
첫째, 주거 관련 지원으로 더 안전한 환경에서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주거비 및 가전·가구 구입비를 지원해 주어야 한다. 둘째, 교육비 지원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자기 계발과 자격증 취득 등에 필요한 교육비를 지원해야 한다. 셋째, 심리·정서 상담 지원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비를 지원해야 한다.
물질적 지원은 국가의 책무지만 예산의 한계가 있고 심리·정서적 지원은 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아동양육 시설에서 길게는 18년 동안 살았기에 일반인들과 정서적 이격(離隔)이 있을 수 있다. 그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은 오롯이 사회의 책무이다. 그들은 거칠었던 유년 시절 온갖 신산(辛酸)을 다 겪고 화상(火傷)을 입은 청년들이다.
더구나 사회 자립 초년생으로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서 망망대해돛단배 같은 위험성, 심리·정서적 고독감 및 고립감을 안고 끝도 보이지 않는 사막 벌판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적 자립을 위한 이중 삼중의 보호막이 요구된다. 그들은 육체적 호흡뿐만 아니라 영혼의 호흡으로 사는 같은 국민이다.
막상 사회에 나와 벽에 부딪치는 순간 그들이 느끼는 실망감, 환멸, 배신감, 분노는 극단적 선택의 유혹도 배제할 수 없다. 단단한 얼음은 작은 송곳에 쪼개지고 두꺼운 눈은 한줄기 봄바람에 녹듯이 이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단체,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낯선 환경에서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자립준비청년과 퇴직공무원들이 인생의 멘토-멘티 관계로 결연을 맺어 주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사회의 따뜻함에 삶의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치관이 건전한 퇴직 공무원들은 인생 상담뿐만 아니라 진학과 취업 또는 둘을 병행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할 자격이 충분하다. 이들은 건전한 국가관과 가치관을 체화한 상징자본을 바탕으로, 사회 인사들과 긴밀한 직·간접적인 인연을 형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사회적 자산을 자원 봉사자로 활용한다면 자립준비청년에게 양질의 진로 지도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껏 공무원으로써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았던 혜택을 이제 사회에 돌려주기 위한 실천으로 그들의 멘토로 앞장서자는 것이다. 일부 NGO와 사회단체에서 도움을 주고 있으나 언론 보도에 의하면 ‘자립준비청년’의 극단적 선택은 소득 3만불 시대의 어두운 그늘이다. 그들은 ‘출발선의 기회균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공평’을 포괄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를 기초부터 잘 터득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직군이다.
정부의 경제적 지원과 함께 ‘사회적응을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퇴직 공무원들의 공헌활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 사업이 결실을 맺는다면, 자립준비청년들은 더 이상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