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주력 수출 품목 겨냥한 트럼프··· 숨죽인 기업들

트럼프, 관세 부과 본격화··· "철강 이어 자동차·반도체도 관세 대상" 자동차·반도체 업계 "트럼프 불확실성 높아··· 상황 예의주시 중"

2025-02-12     임호동 기자
현대차 울산공장의 수출선적부두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대미 수출품인 반도체, 자동차 등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국 수출량을 236만t으로 제한하고 무(無)관세를 적용하던 국내 철강업계는 25%의 추가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을 시작으로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의 품목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미 수출을 이끄는 국내 산업계와 국가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실제 트럼프가 언급한 품목들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전체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1277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중 가장 비중이 큰 품목은 자동차(347억4400만달러), 두 번째로 비중이 큰 품목은 반도체(106억8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의약품은(15억13000만달러)까지 합하면 세 개 품목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의 36.7%를 차지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부문의 관세를 현실화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큰 현대차그룹과 한국GM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현재 자동차업계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16년부터 무관세로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함에 따라 자동차업계는 미국 수출을 꾸준히 늘려왔다. 실제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8900만달러로 이 중 대미 수출액은 비중은 49.1%(347억4400만달러)를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산 자동차는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판매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일부 증권사에서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약 4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하루하루 말이 달라지는 미국 행정부의 조치에 대해 섣불리 대응책을 마련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철강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주장하다가도 해외 기업은 관세를 적용한다는 등 확실한 게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은 상황을 예의 주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계에서도 트럼프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러한 예외 사례를 무시하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반도체의 경우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비중이 적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729억달러로, 이 중 대미 수출 비중은 3억달러에 불과했다. 국내 메모리 제품은 미국에 직접 수출하기 보다 대만,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서 조립·가공해 수출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표적인 사례다. HBM은 대부분 대만으로 선적돼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AI가속기로 최종 조립해 각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또한 반도체의 경우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고, 미국 비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실제 관세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보편적인 관세가 부과된 경험이 없고, 공급망 자체가 복잡해 미국이 어떻게 관세를 적용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관세에 예외가 없다고 해놓고 호주에 관세 면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관세를 협상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기업이 대응하기란 어려운 상황으로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