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發 'LNG 파생 시장' ··· 훈풍 탄 K-조선
LNG운반선, 벙커링선, FSRU, 에탄운반석··· 친환경 기술 1등 K-조선, 지난달 수주 압도적 1위
트럼프2기 행정부 LNG 수출 활성화 정책으로 LNG운반선, LNG벙커링선, 에탄운반선, FSRU 등 LNG '파생 시장'이 뜨고 있다. 최근 미국의 관세 폭탄 선언으로 국내외 산업계가 긴장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계는 미소를 짓고 있다. LNG 관련 선박 수주를 연이어 따내고 있는 데다, 새로 열리는 시장 또한 K-조선에게 유리한 상황이라서다.
최근 한화오션은 오세아니아에 세운 해운사 한화쉬핑으로부터 LNG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10일 밝혔다. 계약금액은 7322억원이다.
HD조선해양도 지난달 23일 유럽 선사로부터 LNG 추진 컨테이너선 12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수주금액은 무려 3조 7160억원이다.
이뿐 아니다. 미국의 대 중국 견제로 중국으로 가려던 고객이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조선사 ‘양쯔강 조선’에 LNG 추진 컨테이너선을 건조해왔던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한화오션에 6척의 LNG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팍로이드가 과거 중국 양쯔강 조선에 건조 계약 옵션 조항에 포함된 추가 발주 물량으로, 한화오션의 적극적인 수주 노력과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인한 변화로 풀이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LNG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LNG 벙커링선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LNG 벙커링선은 선박 대 선박으로 해상에서 LNG를 충전해주는 배다. 기존 항만에 LNG 공급·저장 설비를 다로 설치할 필요가 없고, 대량 충전이 가능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아프리카 소재 선사와 1만8000㎥급 LNG 벙커링선 4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계약 규모는 총 5383억 원이다. 같은 날 HJ중공업 역시 에이치라인해운으로부터 1만8000㎥ LNG 벙커링선 1척을 1271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또한 업계에선 LNG를 저장 운반하는 FSRU(부유식 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존 LNG운반선을 FSRU로 바꿀 수 있는 기업은 세계에 두어 곳 뿐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국내 HD현대마린솔루션이다. FSRU 선박은 척당 1500억원 내외로 고부가 선박이다. 업계에선 HD현대마린솔루션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대형 에탄운반선(VLEC) 수주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LNG생산이 늘어나면, 그 부산물인 에탄 운반선 수요도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는 얘기다. VLEC는 척당 2400억원이 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LNG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 상태의 에탄을 액체로 변환한 뒤 운반해야 해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선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 선종에 대한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정치 경제 환경의 급변화 속에, 국내 조선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 1월 세계 선박 발주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74% 급감한 146만CGT(표준선 환산톤수, 51척)였는데, 국내 조선사들이 이 가운데 90만CGT(13척)으로 약 6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중국은 27만CGT로 19%를 기록했다.
수주한 선박의 척수로는 국내 조선사가 13척, 중국이 21척으로 중국이 더 많았다. 그러나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대형선박이 중심인데 반해, 중국은 저부가가치 소형선박 위주로 수주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내 조선사의 선박 수주량은 지난해 12월 13만CGT에서 약 6배 가량 늘어났고, 중국은 193만CGT에서 8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 들어 이어지는 K-조선의 질주의 배경엔 LNG 이중연료 추진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 제조 기술력이 있다. 벙커C유와 LNG를 번갈아 가며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LNG이중연료 추진선은 환경 규제가 엄격한 항구와 연안에서는 LNG를 사용하고, 원양에서는 벙커C유를 사용한다. 기존 선박에 비해 황산화물과 미세먼지는 99%, 질소산화물은 최대 85%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이다.
LNG이중연료 추진선 전세계 수주 점유율은 한국 3대 조선사가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조선사들은 암모니아, 메탄올, 수소 등 다양한 이중연료 추진선으로 고부가 가치 선박 시장에 대한 경쟁력도 확보한 상태다. 중국이 저렴한 가격으로 LNG운반선에 대한 수주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기술격차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많은 조선업계가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LNG 추진선박 호황에 그치지 않고 해양 탄소중립을 이행할 수 있는 친환경·고부가가치선박건조 기술을 지속 발전시키고 축적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