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기업 연이어 해상풍력 철수… 국내 기업 '전전긍긍'
英 에너지 대기업 셸, 미국 대서양 해상풍력 프로젝트 철수 풍력산업 부정적인 트럼프 정부 들어서며 부정적 영향 심화 해상풍력 발 빼는 글로벌 기업 늘어나며 한국도 타격 우려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 셸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철수했다. 셸을 비롯해 최근 에너지 기업들 사이에선 해상풍력 사업을 철회하는 상황이 증가하면서 국내 연관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셸은 10억달러(한화 1조5000억원)를 투자한 애틀랜틱 쇼어 사우스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애틀랜틱 쇼어 사우스 프로젝트는 미 동부 대서양 인근 해역에 약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십 개가 넘는 해상풍력 단지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바이든 전 대통령이 승인한 아홉 번째 해상풍력 프로젝트다. 셸은 프랑스 저탄소 에너지 생산 기업인 EDF리뉴어블스와 합작법인(JV)까지 세우며 뉴저지주 남해안에 위치한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고 있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셸은 이번 프로젝트 철수하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에는 22억달러 규모의 자산가치를 감액해 손실로 인정했다. 프로젝트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손실로 반영됐다는 뜻이다.
셸은 이미 2023년부터 해상풍력 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석유화학 투자를 늘리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착수했다. 시네드 고먼 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자회견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이행하기 위한 우리의 역량과 기대 수익이 회사의 수익성 목표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해당 프로젝트에서 우리 참여를 실질적으로 모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투자기업인 EDF는 셸의 철수에도 프로젝트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DF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특성상 주주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왔다"며 "애틀랜틱 쇼어가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셸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대기업들도 미국 내 해상풍력 사업 철수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의 BP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32억5000만달러로 줄였으며, 지난달 일본 전력업체 JERA(제라)와 합작사를 세우고 해상풍력 부문을 모두 넘긴다고 밝혔다. 고금리와 공급망 문제로 비용 압박이 커지자 해상풍력사업을 합작사에 넘긴 것이다.
덴마크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도 2023년 미국 해상풍력 사업에서 철수하며 4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봤으며, 2030년까지 50GW(기가와트)로 늘리겠다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목표를 지난해 35~38GW로 하향조정했다.
트럼프 정부가 해상풍력 개발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대기업들이 연이어 사업을 철수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풍력 산업에 비관적인 입장을 취하며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제프 반 드류 뉴저지주 하원의원과 협력해 해상풍력 산업 축소를 목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글로벌 대기업이 미국 풍력시장 사업 철수를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셸의 경우 지난해 울산에서 추진하던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문무바람 지분을 스웨덴의 해상풍력 전문기업 헥시콘에 5500만달러에 전량 매각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해상풍력 투자를 줄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지자체와 협력해 추진 중인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들도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정권에 따라 바뀌는 에너지정책에 따른 변동성도 크고 까다로운 국내 인허가 절차도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글로벌 기업의 해상풍력 사업 철수는 국내 기업의 풍력시장 진출에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이 움츠러 들면서 글로벌 기업이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며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국내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