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濠처럼 근로자 DC 적립 제도 마련하자

2025-01-31     김진나 회계사/그린포스트코리아연금전문위원
캔바(Canva) AI 생성 이미지./캔바

연금 수령 대신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계좌가 절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연금화하기에 적립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금 수령이 가능할 정도로 적립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도록 ‘세법’을 포함한 관련법에서 최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에 대응하려면 이러한 방안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이 점차 사라지고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이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DB는 일반적으로 종신연금 형태로 지급되며 재원을 사용자(기업)가 100% 부담해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장수 위험과 큰 재정적 부담을 줍니다. 반면, DC는 근로자의 자발적 기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해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크게 성장했습니다.

미국 401(k)는 가장 대중적인 DC 제도로서, 근로자의 자기 부담(세전)이 기본이 되는 제도입니다. 근로자가 급여의 일부를 세전으로 401(k)에 적립하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과세 이연 혜택을 누리며 노후 자금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퇴직급여제도는 사외 적립 의무 여부와 관계없이 법정 제도로 규정돼 있어, DC 퇴직연금에서도 사용자 부담이 기본입니다. DC에 자기 부담금을 입금할 수 있지만, 이는 세후 금액을 입금하는 방식이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15년 신설된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15조의3(퇴직급여의 적립방법)에 따라 세전 근로소득을 DC에 적립해 퇴직 소득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으나, 관련법의 여러 제약으로 인해 실제 적용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세법상 DC에 적립 가능한 근로소득에는 제한이 없지만, 노동법상 임금의 4대 지급 원칙에 따라 적립 가능한 근로소득의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임금이 아닌 성과급을 제외하고는 적립이 어렵고, 세법이 허용하는 차등 적립이나 적립률 변경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의 해석과 불일치가 발생하는 등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일부 공기업이 성과급을 DC에 적립해 노후 자금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시행했으나 성과급이 임금으로 인정된 대법원 판례 등으로 인해 중단한 바 있습니다.

한편, 근로자가 아닌 임원이 받는 보수는 노동법상 임금이 아니므로 제한 없이 세전으로 적립할 수 있고, 근로소득세보다 낮은 퇴직소득세를 부담하며 노후대비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401(k)나 호주의 퇴직연금제도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처럼, 우리나라도 근로자가 매월 일정액을 세전으로 DC에 적립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면 은퇴 자금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가 국민의 노후 자금 확대를 목표로 명확하고 유연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협력해 주길 기대합니다.

김진나 회계사·회계법인 윤 파트너  신한은행 연금사업부에서 10여 년간 퇴직연금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IRP 사용설명서’, ‘임원과 퇴직연금’ 등 출판. 경희대에서 연금 세제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 취득한 연금전문가. 금융연수원 ‘자산관리와 포트폴리오설계’ 연수과정에서 금융·부동산·상속 및 증여 등 세제 부문을 저술하고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