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려아연 '유상증자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 이첩
유상증자 실사 진행하고도 “재무구조 변경 계획 없어”
금융감독원이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과정에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해당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8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10월 말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고려아연 경영진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신속 수사전환(패스트트랙)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 등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기 전 이미 유상증자를 계획하고도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서 ‘공개매수신고서 허위 기재’,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봤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30일 유상증자로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앞선 10월 4~23일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량 소각을 조건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당시 공개매수신고서에 고려아연은 “본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작년 10월 30일 공시한 유상증자의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그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한 것이 드러났다.
이후 기준가 대비 30% 인하한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고려아연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그해 11월 6일 금감원이 정정신고를 요구했고, 같은 달 13일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또한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모집 대리(주선)인인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과정에서 이를 알았는지, 부정거래 행위에 연루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해 10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에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고,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며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이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고려아연은 오는 23일 오전 9시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 1층 그랜드 볼룸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고려아연 경영진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이사회 장악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