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시대의 채권 투자 전략

경기 둔화 완만하면 美장기채로 수익 시현 가능

2024-12-05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그린포스트코리아 연금전문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1월 11일(현지 시각)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을 맞아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기념 메시지를 남겼다. 해당 X 갈무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초 3.80%대에서 출발해 4월 말 4.70%대를 위협하는 상승세를 시현하다가 5월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9월에는 3.60%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과도한 선반영에 의한 하락을 되돌림과 동시에 미국 대선 국면에 접어들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1월 중순 4.50%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재차 상승했고, 11월 말 기준 4.20%대에서 거래됐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어떠한 정책들로 인해 금리가 상승했었고, 향후에 미국 채권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자.

트럼프 정책 중 가장 큰 공약은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세수 축소가 불가피해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부족 보완을 초래할 것이고, 국채 발행의 증가 전망은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는 스콧 베센트(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함으로써 이러한 요인을 어느 정도 희석시켰다. 베센트 지명자는 매우 긴축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이기도 하고, 정부 조직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 정부효율부 수장 지명자와 함께 불필요한 예산들을 과감하게 정리함으로써 재정 확대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년) 때와 현재는 시장상황 자체가 매우 다른 상황이라 적극적 재정정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1기 때에는 낮은 성장률과 낮은 금리가 지배하는 디플레이션의 시장상황에서 수요 진작을 필요로 하는 시기였고, 현재는 2022년의 고물가 시대를 경험하고 나서 오랫동안 고금리 정책을 수행해 가까스로 물가를 안정화시키고 있는 단계에서 또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정책을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설령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확대정책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면서 수익률이 높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기 때문에, 수급 문제로 금리가 상승할 만한 요인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실제로 과거 30여 년간 미국은 지속적으로 확대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했으나 장기적으로 금리는 계속 하락했다.

또한 트럼프 정책 중에서 가장 뚜렷한 정책은 고율 관세의 부과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율 관세 부과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정책으로,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이를 반영해 채권금리가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1기 때에도 그러했듯이, 보호무역 관세는 시차를 두고 결국 글로벌 교역을 줄이고 경기심리 후퇴를 유발해 결과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디플레이션은 국채 투자에 우호적인 상황으로 전개가 된다.

2025년 미국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을 근거로 채권 투자 전략을 소개해보겠다.

먼저, 글로벌 리서치사들의 주요 전망 자료를 보면 대체로 미국 경기에 대해서 연착륙(soft landing) 시나리오를 전제로 두고 있다. 이는 미국 경기가 완만하게 둔화되는 패턴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전제로써, 이 시나리오 하에서 2025년 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3.50%, 시장금리는 3.7~3.8%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수준의 시장금리에서 미국 장기채를 매수한다면 적정 수준(약 5~7%)의 수익을 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미국의 고용시장이나 여타 요인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를 보이는 수준까지 하락하는 경착륙(hard landing) 시나리오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의 투자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안전자산(선진 국채, 달러화, 엔화, 금 등)으로의 회귀 성향이 높아지기 때문에 소프트랜딩 시나리오보다 미국 국채 투자 시 더욱 큰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 경제상황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가장 안전하게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투자자산은 미국 국채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시장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오버슈팅(Overshooting, 자산 가격의 일시적 폭락 현상)과 언더슈팅(Undershooting, 그 반대)을 반복하기에, 구간 별로 장·단기 국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그 비율을 조정하면서 추가 수익을 도모하는 전략이 바람직한 투자 대안으로 예상된다.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  프랭클린템플턴운용 리테일총괄본부장과 글로벌파트너스 대표 등을 역임한 자산관리 전문가. 연세대학교 자산관리 최고위과정에서 외래교수로 활동했으며, 한국경제신문 '머니팜'의 필진으로 활동. 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해외상품 담당자로 약 12년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