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AI①] 지금은 AI 전성시대…게임사들 잰걸음

게임 개발 효율화에 AI 활용…가상친구와 음성인식 등 이용자 편의 기능까지

2023-07-29     서동민 기자

<편집자주> 올해 게임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AI(인공지능)다. AI가 게임 전반에 도입되면서 개발자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고, 이용자는 전에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AI 혼자서 만든 결과물은 미흡하기에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하고, AI로 인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기도 한다. 또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일어난다. AI 전성시대의 명과 암을 들여다본다.

게임산업은 인공지능(AI)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분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주요 게임사들은 일찌감치 AI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 분야도 다양하다. 게임 개발 효율화를 위한 도구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한 음성인식 기술이나 가상 친구에도 AI가 활용됐다. AI 기술 노하우가 담긴 디지털휴먼(메타휴먼)을 선보였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엔씨소프트가 GDC에서 공개한 디지털휴먼(사진=엔씨소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엔씨소프트 초거대 AI ‘바르코’, 게임 개발에 적극 활용

2011년 국내 게임사 중 최초로 AI 센터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에 뛰어든 엔씨소프트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AI 연구개발 인력만 300여명에 달한다. 엔씨소프트는 연내 초거대 AI 모델 ‘바르코’를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들도 초거대 AI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게임사 중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유일하다.

‘바르코’는 GPT-3.5 버전과 비슷하게 1750억개 규모의 파라미터(매개 변수)를 반영할 수 있는 초거대 AI다. 당장은 대중들을 상대로 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게임 개발에 필요한 대화, 이미지, 음성, 디지털휴먼 등을 만들어내는데 두루 사용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에서  김택진 대표를 형상화한 디지털휴먼을 공개했다. 단순히 모습만 빼닮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표정이나 음성도 모두 AI로 제작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영상의 모든 대사는 AI 음성 합성 기술인 TTS(Text-to-Speech)로 구현했으며, 디지털 휴먼의 표정 및 립싱크 애니메이션에는 Voice-to-Face 기술을 활용했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AI 기술력을 집약해 신작 ‘프로젝트M’, ‘프로젝트 스카이라인’ 등을 개발중이다.

엔씨소프트의 AI는 게임 개발에 특화되긴 했지만, 게임 밖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항공기상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생성 AI 기술을 활용해 항공 기상정보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항공기상청이 공항 별 다양한 관측과 예보 데이터를 공유하면, 엔씨소프트의 거대모델 기반 생성 AI가 관측 데이터로부터 사람이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정확한 문장으로 생성한다.  생성 AI가 작성한 기상예보문은 항공기상청 예보관의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내 7개 공항 항공관계기관에 신속히 전달된다.

크래프톤 디지털휴먼 애나(사진=크래프톤)/그린포스트코리아

크래프톤 ‘버추얼 프렌드’, 소통 가능한 가상 친구

크래프톤은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면서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AI ‘버추얼 프렌드(Virtual Friend)’를 개발중이다. 가상친구라는 콘셉트로 기획된 버추얼 프렌드는 이용자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며 함께 전략을 세우는 존재다. 정해진 입력값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였던 기존의 ‘AI 봇’과는 다르다. 크래프톤은 자사의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에 버추얼 프렌드를 적용할 예정이다. 버추얼 프렌드를 사용하면 이용자 혼자서도 4명의 팀을 구성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크래프톤은 “버추얼 프렌드는 챗GPT 수준의 자연어 처리(NLP)와 언어 모델이 적용된 AI로 한국어 음성학습 기술을 통해 음성 또는 텍스트 등으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며 “외형과 동작을 자연스럽게 구현하고 스스로 게임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크래프톤은 자체 기술력으로 제작한 디지털휴먼 ‘애나’를 공개했다. 애나는 동공의 움직임, 미세한 얼굴 근육 및 주름까지 섬세하게 표현됐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관절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디지털휴먼이다. 여기에 고도화된 음성 합성(Voice Synthesis) 등의 딥러닝 기술을 더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노래할 수 있는 고유의 목소리(AI Voice)도 입혔다.

넷마블 디지털휴먼 걸그룹 메이브(사진=넷마블)/그린포스트코리아

넷마블 AI, 음성기술분야 선제적 움직임

넷마블 AI 센터는 콜롬버스 프로젝트와 마젤란 프로젝트 두 가지를 진행중이다. 콜롬버스 프로젝트는 글로벌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프로젝트다. 개인별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화서비스개발팀, 게임 내 부정행위를 신속하게 탐지하는 이상유저정보팀, 광고사기를 탐지하는 유저데이터분석팀 등으로 나뉜다. 콜럼버스 프로젝트의 목표는 게임 내 이용자 유입부터 이탈까지의 ‘생애 구간’을 분석하고 매니지먼트해서 게임 수명 주기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마젤란 프로젝트는 지능형 게임 제작에 초점을 맞췄다. AI의 학습 능력을 활용해 게임 밸런스를 조정하는 밸런싱AI팀, 자판 입력 대신 음성으로 명령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음성언어AI팀, 자연스러운 기계번역을 연구하는 AI서비스개발팀 등으로 구성됐다. 넷마블은 국내 최초로 모바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음성인식기술 ‘모니카’를 개발했는데, 이는 자사의 모바일게임 ‘A3: 스틸얼라이브’에 도입됐다. 

넷마블의 AI도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넷마블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디지털휴먼만으로 구성된 4인조 걸그룹 ‘메이브(MAVE:)’를 론칭했다. 이들의 목소리에는 넷마블이 9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집약된 AI 언어 기술이 적용됐다. ‘메이브’는 공중파 음악방송을 통해 화려하게 데뷔하며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아트페어 엠버서더로 발탁되는 등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스마일게이트 디지털휴먼 한유아(사진=스마일게이트)/그린포스트코리아

스마일게이트 AI 기술 집약된 디지털휴먼 ‘한유아’

2020년부터 AI 연구에 뛰어든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인공지능(AI) 언어 모델 평가 플랫폼 ‘휴릭(HuLiC)’을 선보였다. 휴릭은 인공지능에 기반한 다양한 언어 모델을 평가, 연구하며 그 결과를 공유하는 평가 플랫폼이다. ‘인간다움’에 대한 탐구를 목적으로 실제 인간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언어 모델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평가한다.

스마일게이트 AI센터는 인간처럼 쌍방향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생성된 대화의 양상을 검토하기 위한 적합한 평가 항목과 기준을 정의하고, 다수의 참여자가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도출한 대화 데이터에 대해 평가를 진행했다. 휴릭은 오픈 도메인을 지향하며, 외부에서 공유 및 참고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스마일게이트 AI센터는 휴릭 외에도 한국어 혐오 표현·욕설 감지를 위한 데이터 셋 ‘언스마일’과 디지털휴먼 ‘한유아’ 등을 공개했다. 스마일게이트의 AI 기술이 집약된 한유아는 가수 활동 뿐만 아니라 에세이를 출간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한유아는 국내 최초로 AI 브레인을 탑재한 메타휴먼”이라며 “AI 기술을 통해 자체 생성한 컨텐츠를 중심으로 활동을 확장하여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